실업교육이 예산 고갈로 고사(枯死) 상태에 있다. 이대로 두다간 어떤 결말이 날지 불 보듯 뻔하다. 경기도 시흥시에 있는 시화공고. 공건부 실업교육부장(46)이 최근 작성한 ‘실업교육의 문제점 보고서’를 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작년과 올해 이 학교 기자재구입비는 아예 없다. 기자재 수리비는 전년 대비 8%, 실습재료비는 28% 감소되었다. 이것이 이 학교만 해당되는 특수한 사실이라면 말도 안 한다. 도교육청에서 관내 공고에 지원된 예산은 특별한 차이가 없이 대동소이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각 시도마다 예산 편성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다소 차이가 나겠지만, 갈수록 깊어지는 실업교육에 대한 외면정책으로 미루어 볼 때 실업고에 대한 예산 지원은 점점 감소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소속 교직원과 학생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졌음은 물론이다.
그는 예산 지원의 감소로 인하여 우려되는 실업교육의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첫째, 최신 기자재를 활용한 교수-학습 활동을 하지 못함으로써 발생되는 산업 현장과의 괴리 현상을 든다. 급변하는 산업사회의 동향을 볼 때 학교현장에서 사용하고 있는 기자재는 너무나 시대에 뒤쳐져 있다. 그런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산업 현장에서 제대로 적응하기를 바란다는 것은 연목구어가 아닐까.
둘째, 기자재수리비의 지원은 계속되고 있지만 금액이 턱없이 모자란다는 것이다. 또, 노후기자재를 수리한다고 해서 그 기자재가 최신으로 바뀌지는 않는다는 것을 지적한다. 그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일정 기간동안 최신 기자재를 임대하여 사용하는 것’을 제안한다.
셋째, 실습재료비의 감소 현상을 들고 있다. 전년 대비 28%가 감소되었는데 학급당 35명 기준으로 보면 학생 1인당 실습비는 7만2000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 돈으로 1년간 무슨 실습을 할 수 있는가?’라고 묻는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실시하는 기능사 실기시험료를 기준으로 볼 때 제품 2개 정도밖에 만들 수 없는 금액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물가상승률은 감안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전년과 대비해 줄어들지는 않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위와 같은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우리나라 실업교육은 거꾸로 가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고 말한다. 실업고에 대한 적극적인 예산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예산지원이 제대로 이루어질 때 비로소 내실있는 실업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으며, 배출되는 우수한 인력자원이 제품의 경쟁력이 되고 국가경쟁력이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나라 산업 선진국으로 도약의 발판이 된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보고 일선학교에서는 "아무래도 교육부가 초중등교육보다는 대학교육에 신경을 쓴 결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 고교교육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나 중요성 또 실업계고교가 고교 교육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현실에서 볼 때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