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터는 얼마 전, 연수 출장 중인 학교장을 대신하여 교장회의에 참석한 적이 있다. 교육장으로부터 '교장에게 요구되는 능력과 자질' 특강을 들었다. 이어진 점심 시간, 학교장들이 학교 운영의 애로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하는 것을 듣는 기회가 있었다.
관내 모 학교장의 이야기가 귓전을 맴돈다. 내용인즉 "학교 급식 때문에 학교가 싫어졌다"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학교 급식비를 안 내고 급식을 하는 학생이 많아져 학교장으로서 괴롭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급식비 안 낸 학생 점심을 먹이지 않을 경우, 교육자로서의 처신과 이에 따른 여론의 들끊음이 무서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한다.
금액까지 거론하는데 작년 3,000만원, 올해 2,000만원 계 5,000만원이 걷히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더 무서운 것은 학생들 사이에서 "돈 내지 않아도 국가에서 무료로 준다" "돈내고 먹는 사람만 바보다" 등 이상한 소문이 퍼져 그 숫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정말 큰일이다. 교육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빨리 잡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느꼈다.
그 교장의 주장은 이렇다. 급식비를 못내면 도시락을 당연히 싸 가지고 와야 된다. 급식비를 안 내고 무조건 급식하고 나서 '배째라 식'으로 나오면 안 된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 무료급식이 있으나 돈 내고 먹는 사람이 마치 손해보는 듯하여 덩달아 무료급식을 하려 든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맞는 말이다. 그렇다면 잘못된 이것을 빨리 바로 잡아야 한다.
리포터는 그 이야기를 듣고 학교장의 리더십, 학교 풍토,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달았다. '정당한 돈을 지불하고 그 댓가를 받는다는 것은 얼마나 당당한가'를 지도해야 한다. 소비자 부담 원칙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바르게 지도해야 한다. 학교에서의 불법 묵인, 담임교사의 방관(?), 학생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을 배울까.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이 문제가 불거질까봐 언론이 무서워, 여론이 무서워, 끙끙 앓는 학교장. 학교급식비 문제로 교육에 정나미가 떨어진 학교장. 교육보다 학교급식에 온통 신경이 쏠려 있는 학교장, 학교 출근길이 두려운 학교장. 이런 상황, 심하게 표현하면 교육은 이미 물건너 간 것 아닐까?
학교장부터 교육을 바로 보는 눈을 갖고 학생과 교직원을 대상으로 '학교급식의 출발'부터 새롭게 교육하고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학교장, 어렵다고만 할 것만 아니라 난관을 지혜롭게 헤쳐나가는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다. 학교 풍토, 누가 만들어 주는 것 아니다. 소속 구성원 모두가 힘을 합쳐 바르게 만들어가야 한다. 잘못된 것은 과감히 부수는 용기와 실천이 필요한 것이다.
마침 교장회의 특강 유인물에 교장의 교육지도자로서의 4가지 차원의 리더십이 나온다. 즉, 도덕적 차원, 교육적 차원, 인간관계적 차원, 관리적 차원의 리더십. 급식문제 해결은 관리적 차원의 리더십에 속한다고 본다.
리포터는 오늘 있었던 그 문제에 대한 우리 학교 교장과 행정실장과의 협의를 바탕으로, 주제 넘게 그 학교 동료 교감에게 해결책을 제시하며 난관을 함께 극복하자고 하였다. 그 학교 교감도 종종 전화달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우리 모두 교육 살리는데 힘을 모으자.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하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