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화 붉은 날이면
애끓는 그리움에
행여 님이 오실 세라
세찬 바람 두들겨도
밤 새워 꽃등 켰구나
누굴 못 잊어
상사화로 피었는가
절절한 그리움은
꽃대궁에 풀어놓고
찬 서리 오기 전에
한 번만 보이소서.
발아래 묻은 그리움
붉어지는 얼굴
한 생애 다 하도록
볼 수 없는 나의 잎새여
가을비 찬바람에
산 제비만 오락가락
상사화가 피는 날이면 돌아갈 수 없는 유년이, 가 버린 어버이의 모습이,
그리움 하나도 바래지 않은 채 또아리를 틀고 나를 불러 세웁니다.
뿌리에 감춘 그리움들을 짧은 가을 속에 숨기고 저렇듯 붉은 가슴 숨기지 못해
피고서도 아직도 다 못한 이야기들을 하나씩 부릅니다.
뜨겁다 못해 치솟아 오른 그 붉디 붉은 시간들이
꽃잎마다 엉겨붙은 그리움이 되어
달밤에만 피어 눈도 붙이지 못 하는 언어들을 쏟아 놓습니다.
이 가을엔 상사화처럼
한 순간이라도 붉어지고 싶습니다.
원도 한도 없이 붉다 지치고 싶습니다.
저렇게 붉은 가슴으로 아이들 곁에 머물다
그림자 하나 남기지 않고
추운 겨울에도 그리움 녹여
숨죽인 채 알뿌리를 키울 수 있는
그리하여 잊혀진 그리움 위에
다시
아이들의 노래따라 한 철만 피고 싶습니다.
상사화처럼 날마다 붉은 선생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