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모 학교의 독서교육 시범학교 운영보고회에 참석하였다. 보고회 식순에는 '질의 응답'이 있다. 보고회에 참석해 보면 대개 질문이 없어 학교 자체에서 마련한 예상 질문에 대한 답을 하기도 하고 미리 질문자를 내정하여 각본에 의해 하기도 하고, 또 질문자의 질의 없이 싱겁게 진행하기도 한다.
이번 보고회는 사전 준비한 각본 없이, 질문자 내정 없이 꾸밈없이 순수하게 진행한 점이 눈에 띈다. 리포터가 국어과 출신이기도 하여, 보고회의 질을 높이고자 한 가지 질문을 하였다.
"2년차 시범학교 운영하느라 애 많이 쓰셨습니다. 2년간 운영하면서 학생들에게 책을 가까이하는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이 자리에 모인 분들에게 도움을 주기 바랍니다."
"학생들이 독서를 싫어하기 때문에 강제적으로, 의도적으로 지도해야 한다고 봅니다. 예컨대 수행평가 반영 등으로 말이죠."
우문현답(愚問賢答)일까, 현문우답일까? 한교닷컴 가족이 판단할 일이다.
내 딴에는 도서실 항시 개방, 사서교사 배치, 학급문고와 동시 운영, 도서실 예산 확충, 신간 도서 확보, 독서 토론회, 이달의 도서 추천, 독서 우수학생 표창, 독서 관련 행사와 홍보, 도서관 활용 수업 등을 내심 기대했었는데.
다행히 장학관의 총평 속에서 해답이 나왔다.
"강제적인 방법은 오래 가지 못 합니다. 자율적으로 책을 가까이 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적용해야 합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그 담당자가 답을 몰라서 그렇게 답변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즉석 질문에 답하다 보니 일반적인 사항은 다 알고 있다고 전제하고 실제적인 것을 제시했다고 본다. 혹시 질문자의 핵심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는지도 모르고. 생방송의 묘미가 여기 있는 것 아닌지? 총평 때 바로 잡아 준 장학관의 지적에 감사드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