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학생들 가운데 이튿날 새벽까지 여러 개의 학원을 전전하는 경우가 있다. 문제는 학습 효과와는 별개로 사교육 중독현상을 보인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런지 학원이나 과외를 받지 않으면 혼자서 공부하지 못하는 학생을 지칭하는 ‘티처보이’란 말까지 생겼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8%가 ‘혼자서 도저히 공부할 수 없다’, 45.6%는 ‘혼자 공부하기에는 불안하다’고 답했다. 사교육을 받는 학생들의 과반수는 혼자서 공부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현상은 학부모들도 마찬가지여서, 조사 대상자의 51.8%가 ‘자녀가 학원에 가 있거나 과외를 받아야 마음이 편하다’고 응답해 사교육 중독이 심각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학원과 과외에 의존하는 학습 형태는 결국 ‘자기 주도적 학습능력’의 상실을 의미한다. 암기 위주의 수동적 학습은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능력의 저하를 초래하여 대학교육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이미 서울대에 입학한 신입생 가운데 비교적 사교육의 영향을 많이 받은 강남 8학군 출신들이 상대적으로 학업수행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원인이나 현상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나 회의도 없이 마치 상품 거래하듯 일방적으로 주입된 지식이 얼마나 비효율적인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대학 진학을 목적으로 한 사교육의 부작용은 입학하는 순간부터 드러나기 시작한다.
늘어나는 ‘티처보이’로 인한 어려움은 학교 교육에도 영향을 끼친다. 밤 늦도록 학원수업이나 과외를 받느라 수면이 부족한 학생들이 정작 중요한 학교 수업 시간에 잠을 자기 일쑤여서 본인은 물론 전체적인 수업 분위기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학생들 사이에선 이들을 ‘슬리핑보이’라 칭한다. 이처럼 학교 수업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태도야말로 공교육 불신과 사교육 창궐이라는 구조적 악순환의 요인이라 할 것이다.
학부모의 의식도 변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자식이라도 개인적 의견을 존중받아야 할 독립된 인격체라는 점을 감안하면 부모들의 욕심만 앞세워 자녀들을 과열경쟁으로 몰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녀의 미래야 어떻든 당장 성적만 오르면 그만이라는 학부모들의 그릇된 인식 앞에서 아이들은 의존적이고 수동적인 ‘티처보이’로 성장할 수밖에 없다. 중독성이 강한 사교육은 순간적인 만족을 선사할 수도 있으나, 장차 돌이킬 수 없는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공교육부터 변해야 ‘티처보이’가 사라질 것이라는 의견에 동의한다. 다만 학생이나 학부모들의 공교육에 대한 전폭적 신뢰가 우선될 때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