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이 싫어하는 교장 스타일 중의 하나가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 교장이다. 그런 교장 만나면 교감 사기가 죽고 교장 눈치만 슬금슬금 보게 되고 가능한한 입은 다물고 그 유명한 '벙어리 3년, 장님 3년, 귀머거리 3년'이라는 '못된 시어머니 아래서의 며느리 행동수칙' 고전이 등장하게 된다.
얼마 전, 교사 시절 함께 근무했던 동료 교감을 만났다. 지금은 G중학교에 근무하고 있는 그는 리포터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 준다.
어느 날, 아침 모임에서 교장에게 학생사안을 보고하니 이렇게 교감을 꾸짖었다고 한다.
"그런 것 하나 교감이 해결하지 못하고 교장에게까지 보고하면 어떻게 합니까?"
그 말은 들은 교감의 심정 어떠했을까? 마치 자신이 크게 잘못한 것처럼, 무능력한 교감처럼 생각되어 자괴감에 사로 잡혔을 것이다. 기(氣)가 팍 꺾인 것은 당연하다.
또 어느 날은 교감이 미처 보고하지 않은 학생사안에 대해 교장이 이렇게 교감을 질책하였다고 한다.
"그런 사안, 교장에게 보고 안 하면 어떻게 합니까? 교감이 책임질 수 있습니까?"
교감이 또 주눅이 드는 순간이다. 고개를 숙이고 쥐구멍을 찾게 된다.
학생 사안의 경중에 따라 보고의 범위가 달라야 한다고 본다. 그러고 보면 교장의 말, 틀린 것은 아니다. 최종 결재권자는 교장이고 최종 책임은 교장에게 있기 때문이다. 교감은 교장을 보좌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교감은 교장의 학교 경영 철학을 받아 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 이야기를 하는 교감의 표정을 보니 그렇게 안 되어 보일 수가 없었다. 교장이 교감의 사기를 살려주고 근무의욕을 북돋아 주었으면 하는 안타까움이 생겼다.
교감의 교장 보좌에도 세심함이 있어야 하고 교장의 마음을 미리 읽어야 하지만 교장도 어느 정도의 권한은 교감에게 이양하고, 믿고 맡기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교장의 '짐이 곧 법이요' 생각은 구시대의 유물 아닐까? 교장 지시도 일관성이 있어야 교감에게 먹혀들지 않을까? 그래야 교감이 교장을 존경하고 따르지 않을까?
교장과 교감이 더 좋은 학교 경영을 위하여 힘을 합치는 방법,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그 열쇠는 강자인, 상위 직책인 교장이 갖고 있다고 본다. 교감의 지혜도 필요하고.
학교는 물론이고 어느 사회이든지 간에 이현령비현령 지도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소속 구성원이 갈피를 못잡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