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날, 성묘를 마치고 가족과 함께 밤을 주우러 떠났어요. 집에서 준비한 점심을 둘러 앉아 먹으면서 자연과 벗하면서 오랫만에 여유를 만끽했어요. 그리고 캠프장 밤밭에서 알토란 같은 밤을 줍는 기쁨에 허리 아픈 줄도, 시간 가는 줄도 몰랐어요. 한 번 허리를 구부리면 10여개 이상의 알밤을 봉지에 담으니까요.
두 시간 정도 지나니 모은 양이 엄청났어요. 대략 두 말 정도. "탐스런 이 알밤을 어떻게 할까요?" 귀가하면서 아내와 대화를 나누니 답이 저절로 나오네요.
바로 아래 여동생(부부교사)네 들려서 한 봉지 내려 놓고. 여동생은 답례로 강화에서 가져온 감자 한 봉지를 건네네요. 10년 전 S중학교에서 정년퇴임하신 A교장선생님(퇴직금 이자로 장학금 운영)댁을 방문하여 한 봉지 내려 놓고. 오늘 가장 많이 애쓴 누나(지역교육청 근무)가 두 봉지 가져가고. 누나도 출근하면 직원들과 알밤을 나누어 먹으며 가을을 이야기하겠죠.
그래도 아직 많이 남았네요. 어떻게 할까요? 배분 계획이 이어집니다. 이웃 사촌인 아파트 바로 옆집에 한 봉지, 같은 아파트의 L교장선생님(B초교에서 정년퇴직/청소년 단체 활동을 함께 함), P교장선생님(J고 교장/S중학교에서 교감으로 같이 근무). 그리고 우리 학교 교직원. 언제 삶을까? 출근 하루 전날로 날짜도 정했습니다.
흔히 가을을 결실의 계절이라고 합니다. 저는 가을을 나눔의 계절이라고 봅니다. 우리의 선생님들, 자기가 갖고 있는 것을 제자들에게 다 나누어 주지 못해 늘 안타까워 합니다. 지식과 지혜는 물론이거니와 올바른 생활습관, 인생관, 가치관, 삶의 방식, 언어, 행동까지... 교육에 쏟는 열정이 대단합니다.
저는 리포터로서 이 알밤을 한교닷컴 애독자들에게도 나누어 드리고 싶습니다. 찐 알밤을 먹으면서 밤따기, 밤까기, 밤줍기의 아름다운 추억을 생각하고 이웃을 생각하고 우리의 교육을 다시한 번 되돌아 보았으면 합니다. 우리의 교육이 토실토실 열매 맺을 수 있도록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