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여선생님 네 분이 교문을 나서고 있다. 리포터인 교감이 뒤따라 나서면서 그들에게 인사를 건넨다.
"지금 퇴근하시네요?"
"교감 선생님, 안녕히 가세요." 합창하듯이 인사를 한다.
"저는 월요일부터 학교에 못 나옵니다."
"어머, 왜요? 출장이세요? 어디 가세요? 무슨 일 있으세요?" 모두 깜작 놀라는 표정이다.
"아, 예…. 2주간 연수에 들어갑니다."
"그럼, 교감 선생님 보고 싶어서 어떻게 해요?" 이것을 진담으로 받아 들여도 될까?
"안 보면 좋지 않나요? 하하하…." 농담으로 받아 넘긴다.
"그럼, 안녕히 다녀오세요."
학교 현장에서의 넌센스 퀴즈다. 선생님들이 가장 좋아하는 날은? 과연 무슨 날일까? 정답은 무두일(無頭日)이다. 교장과 교감 모두 자리를 비워 없는 날을 말한다. 이것은 비단 학교라는 직장에서만 해당되는 말은 아닐 것이다. 관리, 감독이 없는 자유로운 직장, 누구나 소망할 것이다.
리포터도 교사 시절, 무두일이면 왠지 마음이 놓이고 여유가 있고...때론 나사가 조금 풀리고 하여 자유로움을, 즐거움을 만끽한 적도 있었다. 이런 날에는 선생님들 상호간에 주고 받는 미소가 더욱 부드럽다.
수업 시작 종이 울려도 조금 늦게 들어가고(누가 뭐라는 사람 없다) 교실로 향하는 발걸음 속도도 느리고….(쳐다보는 사람도 없다) 어떤 사람은 수업 시작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복도에서 이야기 꽃을 피우고….(양심에 조금은 찔리지 않을까?) 청소 검사 임장지도도 마음대로 생략하고….(학급에서의 제왕 흉내도 내보고)
리포터는 교장과 교감 없어도, 관리 감독자가 없어도, 자율적으로, 평상시대로, 알차게 돌아가는 학교를 소망한다. '자율' 말이 쉽지 어려운 일일 것이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방종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두일, 괜히 좋아할 것만은 아니다. 정신적 해이가 사고를 부를 수도 있다. 그럴 경우, 사고의 책임을 온통 교사가 져야 한다. 학생들은 표현은 하지 않지만 선생님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다. 학생들의 눈을 두려워 해야 한다. 무두일에의 선생님 행동, 그것이 더 중요한 교육이다.
리포터는 한 번 생각해본다. 선생님들로부터 이런 말을 들을 수 있는 나 자신인지?
"교감 선생님께서 안 계시니 저희들이 불편해요."
"학교 생활에 교감 선생님의 도움이 절대 필요해요."
"교감 선생님, 꼭 필요한 출장 아니면 가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