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터는 결혼이 늦었다. 35살에 하였으니. 자연히 제2세도 늦을 수밖에. 연년생인데 딸은 중2, 아들은 중1이 되었다.
딸이 핸드폰 사달라고 약 1년 전부터 타령을 하여 오던 중 견디다 못해, 시달림에 지쳐서, 친구 사이에서 따돌림 당하지 말라고, 세태의 흐름은 막을 수 없어,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한 달전에 결국은 사주고 말았다. 카메라와 MP3 기능이 있는 것으로. 기본요금은 한계가 있고 문자메시지 맘대로 보내는 것으로.
헉,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얼마간 쓰더니 "아빠, 나 이것 반납할 게" 하는 게 아닌가? '아니 세상이 또 변했나? 이게 어찌된 일인가?' 지금 중학생이면 핸드폰 없이 못 사는 X세대 아니던가?
우리 학교에서도 학생들을 보면 아침 자율학습 시간, 쉬는 시간, 점심 시간, 귀가 시에도 항상 문자 두드리기에 바쁘다. 심지어 공부 시간에도 선생님 몰래몰래, 스릴을 느껴 가며 하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띈다.
딸과 세대차를 느끼는 아빠는 곰곰히 생각해 본다. 왜 반납을 할까?
첫째, 공부를 하려고다. 중간고사도 가까웠는데 핸드폰 가지고 있어 보았자 공부에 방해가 되니까 알아서, 굳은 의지로 공부하려고 반납을 하는구나. '오, 기특한 내 딸이여!'
둘째, 싸구려 핸드폰이라 자존심이 상했나 보다. 친구들 것은 수십만 원대 것인데 이것은 20만원 정도이니. 또 디자인도 독특하지 못하고 같은 종류를 가지고 있는 친구들이 많아서 그렇구나. '아, 이 아빠가 너무 구두쇠는 아닌지?'
셋째, 핸드폰을 너무 늦게 사 주어 친구들 사이에 끼어드지 못하는구나. 벌써 친구들끼리는 서로 번호를 다 입력시켜 문자 메시지를 주고 받는데 그 시기를 놓치고 말았구나. 그럼, 따돌림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나의 의도는 빗나가고 말았네. 어쩐지 딸 핸드폰 울리는 횟수가 많지 않더라. '핸드폰 구입도 적절한 시기가 있다니...'
또 다른 이유가 있을까? 아마 이 정도면 딸의 마음을 어느 정도 읽고 있는 아빠가 아닌가. 누나도 '조카가 학업에 열중함'을 칭찬하며 보통내기가 아님을 말해 준다. 나는 맞장구를 치며 딸의 핸드폰 반납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옆에서 이야기를 함께 듣던 딸이 말한다.
"아빠, 그게 아닌데... 내가 싫어하는 아이가 계속해서 문자 보내서 그런 것인데..."
"엉, 그게 아니라고?"
아빠는 언제쯤 딸의 마음을 이해할까. 아무래도 대화 부족이 원인인 듯 싶다. 마음을 연 대화, 공감적 이해, 눈높이에서의 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예부터 누군가 말했다. 교육자도 자기 자식은 제대로 못 가르친다고. 그러나 이것만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가정교육은 부모가 시키는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식이 부모의 언행을 보며 이루어진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