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어떻게 들어왔는지 모르지만 얼마전부터 우리집 안방 욕실에 귀뚜라미 두 마리가 살게 되었다. 중1 아들은 무섭다고 하는데 나는 한가족처럼 지내고자 마음 먹었다. 그래서 욕실 들어갈 적마다 그들이 잘 있는지 살펴보곤 한다.
그런데 어제 한 마리가 압사를 했다. 사람이 들어가면 불안의 공포를 느끼는지 이리뛰고 저리뛰고 하다가 그만 밟히고 만 것이다. '아, 정말 안 되었다.' 이번 가을 함께 귀뚜라미 울음 소리 들으며 안방에서 가을 정취를 느끼려고 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어젯밤에는 잠이 잘 오지 않는다. 두어 시간을 엎치락뒤치락하다가 깜빡 잠이 들었다.
문득 생각해 본다. 우리집에 있는 생명체를. 우리 가족 4명, 앞 베란다 화분의 식물, 새장의 십자매 한 쌍, 그리고 귀뚜라미…. 몇 안 된다. 아내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니 '개미도 수십 마리 있다'고 말해준다.
'더불어 사는 삶'이란 무엇일까? 상대방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를 소중한 존재로 여기고 동시대를 함께하는 동반자로 여기는 것이 아닌지.
뒷베란다의 십자매는 아침, 저녁으로 가족에게 인사를 한다. '밤새 안녕히 주무셨나고, 배고프니 모이를 달라고, 물이 더러우니 갈아달라고, 퇴근 후 이제 돌아오셨나고...' 참 소중한 존재다.
이제 귀뚜라미는 한 마리다. 쓸쓸한 가을, 외로운 가을을 보낼 거라 생각하니 왠지 안 되어 보인다. 오늘 아침 디카 촬영을 하면서 유심히 보니 뒷다리마저 하나가 없다. '저런….'
이젠 귀뚜라미 먹이로 과일 조각을 넣어 주어야겠다. 더 따뜻이 보살펴야겠다. 이 가을에 귀뚜라미 혼자 외롭지 않게….
혹시, 우리 주위에 홀로 쓸쓸히 지내는 이웃은 없는지 한 번 살펴볼 때다. 아침 저녁으로 찬 바람부는 가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