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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리포트(미분류)

나는 몇 가지나 했을까?


계절 탓인지 따스한 온돌방처럼 잔잔한 감동을 주는 책이 그리웠다. 쇼핑 카트에 책을 담고 나올 때 느끼는 작은 행복이 커 보이는 것도 가을이 주는 선물이다. 추석을 보낸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직도 작은 그리움들이 마음 한 켠에 남아 있었나 보다. 생필품을 사는 것보다 책을 고르는 일이 먼저인데도 항상 순서가 뒤바뀌곤 한다.

서점에 죽치고 앉아서 책을 보는 사람은 아이들뿐이었다. 어른들은 책을 들었다 놓았다만 할 뿐 선뜻 책을 들고 나가는 사람이 드문 할인 매장의 풍경. 의식주보다 먼저인 책이 뒷전으로 밀린 모습들이 아쉬워 보이는 쇼핑 문화. 쇼핑 카트에 물건이 가득 실려 있어도 책이 얹혀 있는 모습을 찾기가 어렵다. 특히 아이들을 데리고 온 부모님이라면 아이를 데리고 책 코너로 먼저 가서 잠시만이라도 책 구경만이라도 같이 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신간 서적도 구경하고 사지는 않더라도 한 편의 시라도 읽고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아이들은 부모의 모습을 통해서 가장 잘 배운다. 책을 읽는 습관도 마찬가지이다. 의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것은 말로 되는 게 아니며 오직 보여지는 행동만이 설득력을 지닌다.

20년 전에 많이 읽혀졌던 '모모'가 아직도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었다. 시간에 바쁜 현대인들의 모습을 잘 꺼내어 보여준 모모의 속삭임이 심금을 울리는 책이기 때문인가.
사람들은 이제 복잡하고 난해하거나 어두운 이야기보다, 밝고 단순하며 감동을 주는 이야기에 눈길을 주게 되었음을 서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내가 고른 책은 이웃집 아저씨나 아줌마들의 이야기같은 책, '살아 있는 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였다. 제목부터 평범해서 여름에는 그다지 눈길이 가지 않았었다. 먼 훗날, 후회하지 않을 삶을 위하여,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행복을 위하여 지금 당장 지켜야 할 소중한 약속이라는 표지 글이 내 마음을 잡아 끌었다.

도종환 시인의 추천사는 진솔한 감동을 불러 일으키게 하고 작가의 속삭이는 듯한 편지 글도 마음을 편하게 해주고 있었다. 나는 49가지 중에서 몇 가지나 하고 사는 지 손으로 세어가며 읽고 싶었다. 이제부터라도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사랑한다고 외치며 살라는 말이 아프게 들어왔다. 늘 나중에 더 잘 해 주리라 미루며 살아온 시간이 얼마나 많았는가를 이 책은 되돌아보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49개의 작은 일화들은 하나하나 작은 보석처럼 자기 자리에서 빛을 발하고 있었다. 행복은 우리 스스로 찾아내는 것이며 행복을 찾아내는 데도 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이 책은 나에게 행복을 찾아내는 감동 바이러스를 전해 주었다. 아주 작아서 보이지 않을 것 같은, 무시당하고 지나친 일상의 소소한 일들이 얼마나 소중한 순간인 지 찾게 하는 마력을 지니고 있었다.

누구든지 마음만 먹으면 금방 할 수 잇는 일들이 대부분이다. 부모님 발 닦아드리기, 고향 찾아가기, 자신을 소중히 여기기, 동물 친구 시귀기 등을 비롯해서 다소 노력을 해야 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누구라도 할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인생의 스승 찾기와 같이 다소 마음을 써야 하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이 마음만 먹으면 누구라도 할 수 있는 49가지 이야기. 일기와 자서전 쓰기처럼 실천에 용기가 필요한 것도 있지만 용기만 내면 누구라도 손쉽게 자신을 행복한 감동 속에서 살게 할 수 있는 자신감을 심어준다.

마음을 덥히고 싶어서 우리 집 서가에 나의 손님으로 초대된 이 책은 자주 듣는 음악처럼 수시로 곁에 두고 마음이 가라 앉을 때마다 친구처럼 불러내면 좋을 책이다. 아이들 같은 웃음을 지닌 맑고 깨끗한 책이어서 이 가을에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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