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제45차 유엔총회에서 10월 1일을 ‘국제 노인의 날’로 제정하기로 결의한 후, 우리나라에서는 1997년 ‘노인 복지법’을 개정, 10월 2일을 노인의 날로 정했고 오늘로서 9년째를 맞이하였다.
오늘 남한산성에서 어느 한 교회 공동체에서 주관한 '가을에 쓰는 편지'라는 행사에 참여하였는데 그 행사 프로그램 중 하나로 노인을 위한 프로그램이 있었다. 리포터는 오늘 하루 자원봉사자로 참여하였는데 연로하신 할아버지 할머니들께서 며느리의 부축을 받으며 또 아들, 딸, 혹은 이웃의 손을 잡고 행사장으로 들어오시는 것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모든 역경과 고난을 거쳐 살아왔을 우리의 부모님들, 온갖 사연을 담고 있을 그 주름살은 요즈음과 현저히 다른 세상을 살아오셨기에 하고 싶으신 말씀이 많으신데 얘기를 해도 이해를 못하는 요즈음 사람들 때문에, 또 진부하다는 이유로 들으려고 하지도 않기에 더욱 더 깊어지신 것이 아닐까? 가을의 정경을 느끼기에 안성맞춤인 산에서 손에 손을 잡고 옛날 얘기를 나누며 산의 이 곳, 저 곳을 다니시며 매우 즐거워하는 표정이셨다.
리포터는 친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지만 다리가 불편하셔서 잘 걷지를 못하시고 또 시부모님께서는 너무 멀리 떨어져 계신 관계로 참여치 못하셨다. 그러나 오늘 연로하신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대하니 꼭 내 부모님처럼 여겨졌다.
점심식사를 드시고 장내를 정리한 후 갑자기 사회자가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무대 위로 올라오시도록 하였다. 그리고 초청한 며느리, 아들, 딸을 나오게 한 후 봉사자들이 미리 준비한 물이 담긴 대야와 수건을 주고 앞에 계신 할아버지, 할머니들께 ‘더 잘 섬기면서 살겠습니다’라는 뜻으로 발을 씻어드리자고 하였다.
장내는 웃음이 터져 나왔고 초청자들은 팔을 걷고 양말을 벗겨드린 후 발을 정성껏 씻겨드렸다. 장내는 숙연해졌고 오랜 세월 동안 땅을 디디며 자녀들을, 또 가정을 일으키기 위하여 굳은살이 박혀 버린 발을 씻겨드리는 것과 닦아드리는 모습을 보면서 모인 모두의 마음에 잔잔한 감동이 일었다.
자리에 앉으신 후 사회자가 한 분 한 분 인터뷰를 하자 할아버지, 할머니들께서는 늘 바쁘게 뛰어다니던 젊은 사람들이 오늘 하루 여유를 갖고 자신들을 위해 온 정성을 다해 공경을 표현하는 것을 매우 고맙게 생각하셨다.
경로효친을 미풍양속으로 간직해 오던 우리나라가 산업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다소 소홀해 진 점,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날이 갈수록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노인문제에 대해서 온 국민들의 관심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주최 측에서 정성껏 준비한 선물을 손에 들고 자못 흐뭇해하시며 행사장을 나가시는 모습을 보면서 작아도 정성이 담긴 마음을 부모님들께서는 기쁘게 받으심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며 오늘 뜻 깊은 ‘노인의 날’에 리포터가 시어머니 고희(古稀) 때 지어 올렸던 시조를 실어본다.
어머니
70평생 무거운 세월
얼룩진 치마폭 주름진 사이사이로
빛바랜 날들의
소리 없는 외침을 듣는다.
할 말 못할 말
가슴 앓으며 품어둔 것
컴컴한 부엌에서
장작불 지필 적에
연기 속 눈물 흘리며
하나 둘 보내고
오남매 키워
모두 떠나보내고
찢기며 달린 세월
주어도 또 주어도
그 마음 채울 길 없어
손놀림 쉬지 않고
자식들 삶 어루만져
오늘을 살아오다.
벅찬 세상 챙겨가며
살아가기 바쁜 나에게
늘 방향을 일러주시는
컬컬한 그 목소리로
한 세월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