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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리포트(미분류)

인천의 진산, 계양산을 만나다


학교 나들이 시간, 모처럼 우리 아이들 손을 잡고 인천의 진산이라 불렸던 계양산에 올랐다. 우리 아이들은 산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계양공원 입구를 지나 한 10분쯤 올라갔을 때부터 ‘쉬었다 가자’란 말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산행 초반부터 쉴 수 없던 터라 계속 독려하며 걷고 있는데, 그 때 아이들의 눈에 잡힌 것이 좁은 길 사이사이에 떨어져 있는 ‘도토리’였다.

나도 산행을 그런 대로 해본 편이었으나 늘 사람들로 붐볐던 등산로로 걸었었고 관심도 없었던 터라 아직까지 산속에서 도토리를 본 적이 없었다. 교사와 학생들 모두 ‘우와’를 연발하며 도토리를 주으며 걸어갔다.

어느새 넓은 길은 없어지고 등산로는 아닌듯한 좁은 길이 나왔다. 근처에서 도토리를 줍고 있는 것 같은 아주머니께 길을 물으니 우리가 오르는 길도 맞다 하신다. 다시 뒤로 돌아 등산로를 찾아가기에는 너무 멀리 와버려서, 되돌아가자니 아이들 원망도 만만치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경아 선생님이 앞장서서 길을 찾기로 하고 좁은 길을 따라 올라갔다. 군데군데 막걸리 병이며 사람들이 머물렀던 흔적이 보여 우리의 걱정을 덜어주었다. 아이들은 그 와중에도 커다란 밤송이에서 알이 굵고, 벌레가 먹지 않은 밤을 찾으려고 애를 썼다.

어느 정도 가면 길이 나오겠거니 했는데 가다보니 길이 점점 험해졌다. 수풀을 헤치고 가기는 어려운 듯하여 더 이상 앞으로 가지 못하고 길이 막히니 아이들 중에 이런 산행을 처음해보는 아이가 울먹이기 시작했다. 발 앞에 바로 보이는 칡 덩쿨도 보지 못하고 자꾸 걸리며 넘어지려고 하는 통에 저러다 진짜 넘어지지나 않을까 하여 마음이 영 불안했다.

그렇게 한 30분을 헤매고 나니 다행스럽게도 탁 트인 등산로가 나오며 유치원 아이들이 한 계단씩 오를 때마다 ‘힘들다’를 외치며 줄지어 걸어가고 있었다. 그때서야 우리 모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그 길을 따라 몇 계단 더 오르니 사방이 탁 트인 계양산성이 나왔다. 짧은 시간이었으나 모르는 길을 헤매느라 아이들은 모두 기운이 빠져 버렸나보다. 원래는 산에 오르면 아래 학년들에게 사회과 그림지도 수업 때 써먹을 요량으로 사람들 사는 곳을 보라고 할 작정이었으나 아이들 모두 나무 난간에 기대어 숨을 고르고 각자 보는 바가 있어 그냥 두었다.

어쨌든 험한 길을 돌아오느라 힘은 들었으나 평상시 땅에서는 볼 수 없는 자연의 여러 보물들을 보고, 주머니에도 몇 개 담을 수 있어 더 기억에 남을 만한 산행이 될 듯 하다.

하느재에서 11시쯤 이른 점심을 먹고 쭉 한길로 이어진 길을 피해 뒷길로 발을 옮겼다. 정상을 가는 것이 목적이 아니고 산을 만나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기에 잘 다듬어진 길보다 수풀로 뒤덮인 뒷길에 더 마음이 갔다.

뒷길로 들어서니 바로 보이던 정상이 계속 걸어도 보이지 않아 길을 헤맬 때 힘들어 했던 아이의 발에 힘이 점점 풀려갔다. 밥으로 에너지 충전을 했다며 신나하더니 10분만에 밧데리가 모두 나가 버렸나보다. 나를 원망의 눈빛으로 쳐다보며 산에 왜 왔냐고 물었다.

지금 이 순간에는 산을 만나러 왔다는 대답도 적절히 않는 듯하여 답을 하지 못한 채 힘을 내라고 독려하며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선두로 경아 선생님과 앞서간 아이들과 거리가 너무 떨어져버려서 빨리 가야 할텐데 어느 지점에선가 이 아이의 발이 풀려버렸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아이의 손을 잡았는데 아이의 무게가 온전히 나에게로 와버려서 무척 당황했다. 마음까지 맡겨진 그 손의 무게 때문에 나의 마음에 무거운 돌 하나가 놓인 듯하여 가슴이 답답했다. 아직은 나의 가슴이 온전히 아이들도 채워져 있지 않아서 그런가 보다. 그런 답답함을 지닌 채로 무거운 발을 계속 옮기다보니 드디어 정상에 도착했다.

아이들은 너무 힘이 들었는지 땡볕에서도 움직일 생각을 안했다. 나는 그 사이 땅에 박힌 돌에 pet병을 쳐서 얼음조각을 살얼음으로 만들어 먹었다. 산에 오르면서 생긴 갈증이 다 풀린 듯 했다.

이 때 평상시 전쟁이나 군인들에 관심이 많은 아이가 워커와 군인들이 사용하는 수통 및 여러 물품을 차고 계신 아저씨에게 다가가 호기심어린 눈빛을 던지며 여러 가지 질문은 던졌다. 그 통에 다른 아이들의 관심도 그쪽으로 옮겨 갔다. 몇 번의 질문과 대답이 오고가면서 우리 아이들을 어여삐 보셨는지 아저씨가 내려가는 길 안내를 해주신단다. 교사들이 몇번을 말해도 힘들어서 내려갈 기미를 보이지 않던 아이들이 그 아저씨에 대한 호기심에 무거운 발을 옮기는 것이었다.

내려가는 길은 무척이나 험하여 올라올 때 힘들어했던 아이가 또 내 손을 잡았다. 이제는 내가 그 무게에 쓸려 나까지 같이 미끄러질까봐 아이에게는 무서워 하지 말라고 했으나 마음으로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은연중에 이러한 나의 마음이 전해진 듯하여 아이의 불안감이 더해진 듯해서 미안했다.

험한 지점을 내려오고 나서는 나와 경아 선생님의 역할을 바꾸었다. 나는 마음의 무게가 놓인 듯하여 가뿐하게 아이들과 내려올 수 있었다. 뒤돌아 아이를 보니 경아 선생님이 몇 발자국 먼저 내려와 아이가 혼자 내려올 수 있도록 기다라고 있었다. 그런데 아까 손을 잡고 걸어주었을 때는 손만 보며 걷던 아이가 이제는 앞을 보며 자기 발을 제대로 내려놓았다.

아마도 나는 그 아이가 하지 못할 것이라고 미리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쉽사리 나의 이 조급함이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되도록이면 아이들의 가능성을 믿고 기다려 줄 수 있도록 마음의 폭을 좀 더 넓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을 만나고 돌아온 그날 저녁에는 몸이 많이 지쳐 있었다. 하지만 무언가로 마음을 채우고 온 듯하여 뿌듯했다. 아이들은 산을 만나 무엇을 얻었을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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