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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리포트(미분류)

가을 밤 산책 길에서 건진 시 하나


'신이 당신에게 주는 메시지는 가슴 뛰는 일을 통해서 온다. 가슴 뛰는 일을 할 때 당신은 최고의 능력을 펼칠 수 있고 가장 창조적이며, 가장 멋진 삶을 살 수 있다.' -다릴 앙카-

가을 탓인가 봅니다. 아직 채 고이지도 않은 얕기만 내 글샘을 억지로 긁어내며 자판을 괴롭히는 습성이 도진 것은 순전히 가을 탓입니다. 아니 한 살이라도, 한 순간이라도 더 깨어 있고 싶은 부질없는 욕심 탓입니다.

도끼질을 하다 안 되면 이번에는 다시 책 속으로 도피하여 구원병을 부릅니다. 행간에서 만나는 번쩍이는 단어 하나를 만나기 위해 길게 목을 빼고 깊은 밤, 책 속으로 가을 산책에 나섭니다.

전혀 창조적이지 못한 한 사람이 가슴 뛰는 일을 발견했으니 어찌합니까? 문학은 목을 매달아도 좋은 나무라는 걸 몰랐어야 했습니다. 아무런 대답없는 친구이지만 그래도 부르고 싶은 것을 어찌 합니까? 날마다 두들겨 맞으면서 늙어가다 보면 한 번쯤 뒤돌아 보아 주리라 믿으며 '가난한 내 그릇'을 부끄럽게 선보입니다.

가난한 내 그릇

비움의 계절에 서서
비워야 할 것들에게 기도하는 아침
아직도 다 채우지 못한 그릇을
담을 것도 없는 내 얇은 접시를
부끄럽게 내밉니다.

알밤들이 톡톡 튀며
다 채운 그릇을 자랑할 때마다
후박나무 커다란 잎새에
붉은 기둥 하나씩 매달고 자랑할 때도

내 작은 주머니가 헐렁하여
자꾸만 더 일해야 한다고 떼를 씁니다.
-장옥순 지음-

시를 짝사랑합니다. 혼자서 끝없이 사랑할 수 있으니 짝사랑만큼 아름다운 일이 없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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