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 보물이신 이재춘 주사님! 나는 그 분을 신지식이라 부른다. 내가 생각하는 신지식인은 자신의 본분에 충실하면서도 수동적이 아니며 능동적이고 시켜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찾아서 일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정년이 얼마남지 않았으니 이제는 조금 쉬엄쉬엄 일을 하셔도 아무도 그 분을 내몰지 않을 텐데 우리 이주사님에게는 통하지 않는 말이다. 본래는 우리 학교로 오실 분이 아니었는데 모셔 오기 위해 상당히 공을 들였다. 집 근처에서 근무하실 수 있는 조건이 있었는데도 우리 분교를 좀 살려야겠다고 간곡히 부탁을 드려서 모셔온 분이다.
아침 일찍 출근하는 차에 동네 아이들을 태우고 오시는 것을 즐겨 하시는 분. 출근하시면 커피 한 잔만 타 드려도 황송해 하시며 기뻐하시는 소박한 분. 얼굴이 까매지도록 땡볕에도 풀을 매고 학교 정원을 가꾸시는 분. 뒷산의 알밤을 주어다가 아이들의 간식이 되게 하시는 분. 산밭을 일구어 푸성귀라도 길러서 반찬거리가 되게 하시는 분... 그 분의 일하시는 모습을 다 열거하자면 아직도 멀었다.
피서철이면 일요일에도 학교에 나오셔서 쓰레기를 치우고 학교를 다듬는 분이니 더 말해서 무엇할까? 그 분에게는 쉬는 날이 별 의미가 없는 지도 모른다. 비가 오는 날이 제일 재미없다는 분이다. 이유는 밖에 나가서 일을 못 하시니 그렇다는 뜻이다.
연령으로 봐서도 나보다 한참 위이면서도 깍듯한 인사을 아끼지 않으신다. 오늘은 작년에 페인트 칠을 한 독서하는 소녀상이 더러워졌다고 본교에서 얻어온 페인트를 칠하신다. 예쁘게 조각한 숙녀가 더러운 옷을 입고 있어서 아이들 보기가 안 좋다고 내가 걱정하기 전에 먼저 찾아서 해주신다.
점심 시간에도 풀베러 나가시면 전화를 해야 들어오시니 그 부지런함을 무엇에 비길까? 틈만 나면 꽃 가꾸는 일, 교정을 빙 둘러 꽃을 심는 일, 학교 뒤의 언덕을 일구어 텃밭을 만드는 일, 하다 못해 계곡 주변의 잡풀까지 모두 정리해 놓으신다.
나는 그 분을 존경한다. 일을 사랑하며 자신의 삶을 철저하게 갈무리하는 모습이 아름다워서다. 주어진 시간 안에 봉급만큼만 일하는 직업인이 아니라 뭔가를 더 하지 못해서 늘 분주한 모습에 감동해서이다. 화단에 그 분이 심어놓은 메리골드도 한창이고 코스모스, 접시꽃, 백합, 다알리아,과꽃들이 새 식구로 들어앉았다.
커피 한잔으로 하루의 피로를 잊으며 손마디가 굵고 상처 투성이인 이재춘 주사님! 당신의 일하는 손이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