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학교 교정에 모짜르트의 호른 협주곡 제3번 멜로디가 흐른다. 정확히 말하면 협주곡이 아니라 호른 독주다. 부드럽고 청아한 소리가 마치 하늘에서 내려오는 소리 같다.
소리의 근원을 찾아 가본다. 5층 도서실 옆 도서 대출실이다. 3학년 한 학생이 연주에 몰두하고 있다. 연유를 물으니 오는 11월 초, G예술고 실기시험을 앞두고 연습 중이란다. 2학년초부터 호른 악기를 다루고 레슨을 받고 있는데 지정곡이 바로 이 곡이라고 한다.
나도 음악에 관심이 있어 모짜르트 호른 협주곡을 입으로 흥얼거리니 그것은 협주곡 1번이라고 알려 준다. 악보를 넘겨가며 다른 곡의 주제 부분을 입으로 흥얼거려 보라 하니 모두 계이름으로 부른다. 계이름을 완전히 외운 것이다.
음악의 예술적 표현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악보를 그대로 연주할 것이 아니라, 외워서 연주할 것이 아니라 음악을 연주자 나름대로 창의적으로 해석하고 작곡자가 의도한 것을 표현하며, 관객이나 심사위원들이 원하는 수준에 대해 말하였다. 학생도 공감이 가는지 고개를 끄덕인다.
지금 이 학생은 혼자서 외로이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다. 같은 곡을 수십 차례 반복하여 연주하며 어떻게 표현하는 것이 좋은가를 연구하고 레슨 교수가 가르쳐 준 것을 상기해 가면서 잘 안되는 곳은 다시 연주해 보며 예술적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다.
그렇다. 이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으랴! 고입 실기 시험을 앞두고 그 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스스로 최종 점검하는 것이다. 선의의 경쟁에서 이겨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나는 이 학생이 합격하길 바라며 최선을 다해 시험에 응해 줄 것을 당부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