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1일 아침 등굣길. 학교로 등교를 하는 아이들의 양손에는 온통 빼빼로가 쥐어져 있었다. 아마도 10명중 5명 꼴은 될 것 같았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누군가에게 줄 빼빼로를 전날에 챙겨 가지고 오는 듯 했다. 그리고 학교 앞 마트에는 미리 준비를 못한 아이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기도 하였다.
빼빼로의 종류와 모양도 가지가지였다. 어떤 아이는 빼빼로가 너무 길어 가방에 끼워서 가지고 오는가 하면, 또 어떤 아이는 바구니에 빼빼로를 종류별로 수북하게 담아 가지고 오는 아이들도 있었다.
빼빼로 데이는 고3 아이들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교실 문을 열자 아이들은 수업 준비도 하지 않고 책상 위에 누군가로부터 받은 빼빼로를 꺼내놓고 시식을 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어떤 아이의 책상 옆에는 남자 친구로부터 받은 듯 빼빼로로 장식한 큰 바구니가 놓여 있기도 하였다. 몇 명의 아이들은 그것이 부러운 듯 그 바구니를 주시하였다.
도저히 수업이 되지 않아 잠시동안 아이들의 행동을 주시하였다. 은연중 들리는 대화 중 귀를 자극하게 하는 것이 있었다. 그건 바로 누군가로부터 빼빼로를 몇 개 받았는가가 화제였다. 거기에 따라 아이들의 인기가 결정이 나는 듯 했다.
아이들의 대화를 듣고 난 뒤,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고 보니 아이들마다 빼빼로를 받은 수와 양이 천차만별이었다. 몇 명의 아이들 책상 위에는 빼빼로가 가득 놓여져 있는 반면, 어떤 아이의 책상 위에는 단 하나의 빼빼로가 놓여있지 않았다.
모두가 즐거워해야 할 날에 어느 한쪽에서 소외 받고 있는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라는 뜻으로 11월 11일에 국산 과자 ‘빼빼로’를 주고받는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청소년들은 이날 빼빼로를 꽃다발 모양으로 꾸며 선물하면서 『다이어트에 꼭 성공하라』는 메시지를 보내거나, 식사 대신 빼빼로를 먹으며 롱다리가 되라는 말을 전한다. 그런데 아이들이 순수한 의미에서 만들어 놓은 빼빼로 데이가 언제부턴가 이것을 이용한 어른들의 상술로 아이들의 마음이 멍들어 간다는 사실에 조금은 씁쓸한 기분이 든다. 하물며 이제 우리 어른들까지도 아이들의 축제에 휩쓸려 간다는 것이다.
11월 11일 오늘이 ‘농업인의 날’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수업 농산물로 갈수록 힘든 우리나라 농촌 현실을 고려해 보건대 진정 우리가 챙겨야 할 날이 빼빼로 데이로 인해 잊혀져 간다는 것이 서글프기만 하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는 말이 있듯 청소년들에게 빼빼로 데이를 운운하기 전에 농업의 중요성을 인식시켜 줄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