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도교육청의 생활지도 실적 점검단원으로 이천의 효양고등학교를 방문하였다. 박상백(50세) 교감 선생님을 뵈었다. 교감 책상 위에 흰 비닐봉투가 놓여 있었다.(사진 참조)
"교감 선생님, 이 봉투가 뭐예요?"
"오늘은 쓰레기 건수가 50건으로 줄어들었습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가요?"
"제가 복도와 계단을 다니면서 주운 쓰레기 갯수입니다."
"그렇다면 시작 당시 쓰레기는 몇 개였나요?"
"360개였습니다."
웃기는 얘기지만 교감의 주요업무 중에 쓰레기 줍기가 있다. 학생들이 얼마나 기본생활습관 지도가 안 되어 있는지 교내 순시를 하다 눈에 띄는 쓰레기를 보면, 그 쓰레기를 줍다보면 '이건 아니다' 싶은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비상 대책 또는 지도 묘안을 떠올리곤 한다.
리포터도 '카메라 출동' 형식으로 학교 홈페이지에 탑재를 하여 자극을 주기도 하지만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워낙 버리는 것이 습관화되어, 가정교육이 제대로 안 되어, 학교에서의 지도가 미흡하여 별 성과를 못 거두고 있는 것이다.
지난 9월 이 학교 교감으로 부임한 한 그는 주운 쓰레기에 관하여 희한한 분석리포트를 작성하였다. 소제목은 쓰레기 상황, 껌 상황, 담배 상황, 침 상황, 분석 결과이다. 일부를 소개하면,
1. 쓰레기 상황
△9월 중순-360건/일 △10월 중순-150건/일 △11월 초순-100건/일 △11월 중순-60∼80건/일
2. 껌 상황
△9월 중순-20건/일 △10월 중순-3건/일 △11월 초순-15건/일 △11월 중순-5건/일
(중략)
5. 분석
매일 점검하면서 돌아본 결과, 쓰레기와 침은 매우 많이 줄어들고 있으며 행사 관련으로 교사들의 금연지도가 잠깐 뜸해지자 다시 늘어 났다가 집중지도로 줄어드는 형태가 나타났다. 지속적인 지도를 통하여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선 학교 교감의 골치거리 중의 하나가 바로 학생들이 함부로 버리는 쓰레기. 교사들은 무심코 지나칠 수 있지만 교감과 교장은 주워야 직성이 풀린다. 그는 9월에 교내를 순회하면서, 쓰레기를 주우면서 쓰레기의 종류와 갯수, 주운 장소, 바닥의 껌, 담배꽁초, 가래침 등을 분석하고 전교생 520명을 모아 일제교육을 시켰다.
학생들이 버린 약봉지를 들어가며···. '범인을 잡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여러분을 교육하기 위해 교감이 있는 것이다. 깨끗한 환경에서 공부하는 것이 좋지 않느냐?' 등으로 학생들을 설득, 구체적인 쓰레기 분석 사례를 들어가며 함부로 버리지 말 것을 당부하였다.
그 교육의 효과는 있었다. 점차 성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말한다. 교육의 힘을 보았다고. 교육을 시키면, 그들이 알아 듣도록 설명하면 교육의 성과는 나타난다고. 쓰레기 함부로 버리기는 가정에서 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않은 결과라고.
그는 오늘 주운 쓰레기 50개도 분석하였다.
"현재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학생은 10여명 정도입니다. 대개 동일 학생이 여러 차례 버리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쓰레기를 이렇게 분석하고 지도하는 교감이 있을까? 전국의 교감들에게 말하고 싶다. 깨끗한 학교 만들기 노하우, 비법을 공유하자고. 현대는 정보화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