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그 대목은 이렇게 하는 거야. 누나가 하는 것 잘 보고 따라 해 봐."
"나라 누나, 이렇게?"
"응, 그래. 참 잘 하네."
"그럼. 지금부터 노래에 맞춰서 해 보자.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점심을 먹고 쉬는 시간인데 우리 반 아이들의 노랫소리가 교실에 넘쳐 납니다. 알고 보니
12월 1일~2일 1박2일 일정으로 '소화성 가정 방문' 체험 학습을 떠나기 위한 사전 준비 활동을 하는 거랍니다. 소화성 가정이란 정신지체 장애우를 수용하고 있는 단체로서 나이는 성인임에도 불구하고 정신적인 연령이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1학년 수준 정도인 정신지체 장애우들이 함께 모여 사는 단체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우리 분교는 민간기업과 자매결연 활동의 일환으로 장애우들과 어울려 사는 시간을 가져왔습니다. 지난 7월 16일에는 바깥 세상으로 나들이 하는 일이 드문 그분들을 연곡분교로 초대하여 '작은 음악회'를 열고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는 시간을 갖게 해드렸습니다.
물장난을 치며 즐거워하던 장애우들의 맑은 표정은 아이들과 똑 같았습니다. 덩치는 어른이면서도 아이들처럼 단순하고 사랑이 많으시던 모습, 아이들이 건네는 작은 편지 하나에도 감동하고 좋아하던 모습이 참 아름다운 분들이었습니다.
이번에는 우리 학교 전교생이 그분들이 사는 곳에 초대되어 이틀 동안 그 분들과 함께 살면서 '장애체험 학습'을 통해 우리 사회의 한 일원으로서 그 분들을 이해하고 마음을 나누며 장애우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인간적인 만남을 교류하는 '아름다운 만남'을 갖기로 했습니다.
1박 2일 동안의 캠프 활동을 위해 아이들이 지닌 작은 자랑거리를 준비했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아이들 나름대로 뭔가를 준비하며 12월을 열고 있는 것입니다. 아마 우리 반 아이들은 전교생이 준비하고 있는 수화를 익히는 중이랍니다.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의 가사가 전하는 따스함이 장애우들의 마음 속에 추운12월을 이기게 하는 난로가 되어 주겠지요? 이 세상에 사는 모든 생명은 소중하고 아름답다는 노래를 부르며 수화를 배우는 이 작은 꼬마들의 아름다운 손짓이 그들의 가슴 속에서 우러난 진심이며 한 순간만 보여지는 사랑이 아니라는 걸 확신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통계적으로, 확률적으로 태어나고 있는 장애우들이 있는 엄연한 현실을 생각하며 어두운 그늘 속에서 눈물과 한숨으로 가족과 이웃으로부터 외면 당하는 그 분들을 이해하고 공감하기에는 너무 짧은 만남이지만, 그래도 가장 교육적이어야 할 학교 교육에서 쉽게 체험할 수 없는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어 다행입니다.
불편함이 없는 몸으로 태어난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 지, 가족과 함께 살 수 있으며 학교에 다니는 지극히 평범한 일들을 갖지 못 하고 그들만의 폐쇄된 공간에서 삶을 영위하는 장애우들의 일상을 접하게 하는 '장애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학교 교육에서 접할 수 없는 감동과 사랑의 시간이 될 수 있도록 사전 준비로 바쁘답니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당신의 삶 속에서 그 사랑 받고 있지요~~~"
아이들이 부르는 아름다운 가사와 작은 손가락으로 수화 연습에 열심인 작은 천사들의 목소리가 세상을 향해 힘찬 나팔을 붑니다. 미리부터 내 가슴은 젖어 옵니다. 선생님이 가르치지 않아도 사람을 감동시킬 줄 아는 이 아이들이 참 예뻐서 감동하고 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