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11월 29일자 ‘내 생각은’에 실린 황수연 교장의 글을 읽었다. 황교장이 “윤종건회장의 글을 읽고 너무나 큰 충격을 받”은 것처럼 나 역시 ‘교원평가는 경쟁력 높이자는 것’이라는 그의 글을 읽고 바로 펜을 들 만큼 충격이 컸다.
황교장은 “세계는 지금 교육개혁중이”라며 “교직에도 자극과 경쟁이 있어야 양질의 교육이 가능하다. 교원평가의 본질은 교육경쟁력을 높이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단 그럴 듯한 말이다. 그러나 학교 사정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원론적이거나 앞으로 나아가야 할 이상적 이야기일 뿐이다. 요컨대 대한민국의 학교현실을 간과한 이상론일 뿐인 것이다.
교명으로 보아 일반계고교일 것 같은데, 그 교장이 그런 시각을 갖고 있다는게 나로선 놀랍다.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생각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런 시각을 언론에 공개하는 것이 놀랍다고 해야 맞다.
황교장은 “80% 이상의 국민이(교원평가제를) 찬성한다”며 “이를 무시하는 것은 조직의 이기주의일 뿐이라고” 국민의 비판을 우려하고 있다. 바로 교사의 한 사람으로서 분통이 터지는 대목이다.
교원평가제 강행이 미처 뜸도 들이지 않은 밥을 된밥이니 진밥이니 하며 ‘찧고 까부는’ 따위와 같은 어처구니 없는 짓인데도 대세 운운하기 때문이다. 또한 지금도 엄연히 근무평정제가 있는데, 교사들이 아무런 평가를 받지 않는 것처럼 호도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황교장은 세계적 추세 운운하는데 그 자체가 자던 소도 벌떡 일어나 웃을 일이다. 미국, 일본 등 대한민국의 어느 학교가 그들 나라처럼 한 학급에 20여 명씩으로 편성되었는가. 그들 나라도 대한민국처럼 법정정원이 해마다 갈수록 줄어 교사의 수업부담이 가중되는 그런 악조건인가?
또 있다. 그들 어떤 나라가 새벽부터 자정까지 계속되는 입시지옥에 학생들을 방치한 채 학교를 학원화하려 하는가. 오라, 지금 교원평가제를 강행해 어느 교사가 자정까지 학교에 남아 졸지않고 학생들을 '공부하는 기계'로 잘 만들어내는지를 평가하겠다는 것인가?
교사가 처한 학교현실을 따져봐도 마찬가지다. 일례로 현재 턱없이 못미치는 법정정원 확보율이 반증하듯 교사의 과도한 업무부담은 접어두더라도 이른바 ‘상치교사’(전공아닌 과목을 가르치는 교사)의 경우, 무엇을 어떻게 평가하겠다는 것인가.
그러니까 교원평가제가 실시되어선 안될 이유는 평가방법이나 내용, 참여자나 주기 등 각론적 이견때문이 아니다. 지금과 같은 교육여건에서는 원천적으로 할 수 없게 되어 있는데, 억지로 강행하려니까 문제인 것이다. 분명히 말하지만, 시기상조라는 것이지 교원평가제를 하지말자는 얘기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