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사대부고를 자율학교 체제로 전환하자는 주장이 국가기관에서 연달아 제기돼 관심을 끌고 있다. 교육부에서 자율학교에 관한 연구를 수탁받은 한국교육개발원은 지난해 말과 그 전해 두 번에 걸쳐 "자율학교의 자율권의 범위와 대상 학교를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이같이 제안했다.
보고서는 현행 초·중등교육법시행령 제105조 자율학교 지정대상 중 '교육부장관이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학교' 조항에 의해 국립사대부고를 자율학교에 포함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 전국적으로 31개교의 자율학교가 시범 운영되고 있으나, 국립사대부고는 한 곳도 없다.
연구팀들은 자율학교로 운영될 국립사대부고의 교장과 교감은 일반학교와 마찬가지로 자격증 소지자를 임용하되 일부 과목에 한하여 산학겸임교사를 임용할 수 있도록 하자고 주장했다. 국민공통기본교과는 국가교육과정을 따르되, 그 밖의 교육과정 편성·운영은 사대부고가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학생선발의 모집 시기와 범위, 방법은 필기시험을 제외하고 학교가 자율적으로 결정해서 선발하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연구자들이 국립사대부고를 자율학교로 전환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질적·양적으로 자율학교의 범위를 넓혀 가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당장 모든 일반계 고교를 대상으로 할 경우 여러 면에서 무리가 따를 것이므로 국립사대부고로 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사립사대부고는 일반 사립고와 운영에서 별다른 차이가 없어 검토 대상에서 제외했다"며 교육의 성과가 널리 알려진 모범사학도 자율학교의 대상에 포함시키자고 주장했다.
국립사대부고가 기본적으로 사범교육의 발전을 위한 교육부 지정연구학교라는 점과 한번 발령 나면 길게는 13년까지 근무할 수 있다는 점도 우선 지정 대상으로 고려한 주요 이유이다. 국립사대부고 교사들은 기본 근무 연수가 8년이며 부장교사로 임명될 경우 5년을 연장할 수 있다. 연구자인 정수현 박사(한국교육개발원)는 "학교에 익숙할만하면 전근을 가야하는 순환근무제가 자율학교 운영의 큰 장애물"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점에서 정 박사는 "공립학교에서 자율학교를 제대로 운영하려면 순환근무제를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년도 시범 운영되는 자율학교 중에는 경북외고와 부산국제고등의 특수목적고도 포함돼 있으나, 도시의 일반고는 자율학교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이런 점에서 "공립 계약학교를 도입하자"는 곽병선 전 한국교육개발원장의 주장은 주목받을 만 했다. 곽 전 원장은 지난 2월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평준화제도의 보완책으로 위와 같은 주장을 했다.
평준화 보완책 단골 메뉴로 거론되는 자립형사립고는 자율학교의 한 형태이지만 공립은 적용할 수 없다는 제약이 있고 전국적으로 학생을 모집할 수도 없으며, 특히 등록금이 일반 사립고의 3배에 달한다는 점에서 '귀족학교'라는 거부감을 받고 있다는 현실을 곽 전 원장이 감안한 것이다.
자율학교에 관한 한국교육개발원의 두 연구는 2000년 12월에 완성된 '자율학교 운영 모델 개발 연구'(연구책임자 이종태· 공동연구자 강영혜 정광희)와 2001년 12월의 '자율학교 시범 운영 결과 분석과 제도화 방안 연구'(연구책임자 이종태·공동연구자 정수현·연구협력관 유은종)이다.
이종태 박사는 시범 운영되고 있는 15개의 자율학교를 대상으로 한 2001년도 연구에서 "학생 중심의 개성 존중 교육으로의 변화가 엿보인다"고 평가하면서도 "다수 교사들의 소극적인 참여, 대학 입시 준비 교육에 대한 학부모의 요구, 상급 기관의 규제와 간섭이 자율학교 운영을 저해하는
요소로 발견됐다"고 했다.
정수현 박사는 획일적인 대학입시제도라는 장벽이 남아있지만, 다양한 자율학교가 많아지면 대입제도도 덩달아 변하지 않겠느냐"면서 "앞으로는 자율학교라는 말조차 없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든 학교가 당연히 자율적으로 운영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