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이 끝난 후, 아이들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2학기 수시전형에 응시하기 위해 나름대로 계획을 세워 공부하고 있는 아이들은 큰 문제가 없지만, 수시모집에 합격하거나 수능 성적표가 나오면 정시모집에 지원할 학생들은 특별한 프로그램이 없어 이래저래 아이들 관리하느라 고3 담임들만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적어도 정규수업 시간만큼은 지켜야하기 때문에 20평 남짓한 교실에 아이들을 몰아넣고 으르거나 달래보기도 하지만 시험도 끝났겠다 그동안 억눌렸던 기운을 펴려고 떠들거나 장난치는 녀석들을 지도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수능시험이 끝나기 전까지는 그렇게 말도 잘 듣던 녀석들이 시험이 끝나자마자 말썽꾸러기로 변하니 그저 뒤틀린 입시제도를 탓하는 수밖에 별 도리가 없다.
특별히 할 일이 없어 무료하다는 아이들을 달래기 위해 오늘은 VTR을 이용하여 영화를 틀어 주었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녀석들은 영화에 빠져들어 교실이 마치 적막이 감도는 산사에 와 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자 한 담임선생님 왈 "아이들 달래는 데는 '영화'가 되고야!"라고 말씀하지자 다른 선생님들도 '좋은 말씀'이라며 맞장구를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