얻어 먹을 힘만 있어도 하나님의 축복이라 하셨던 꽃동네 할아버지. 가난한 사람들의 등불이 되어 주셨던 테레사 수녀님을 비롯해서 이 세상에는 오늘도 얼굴없는 천사들이 우리의 삶을 아름답게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되어줍니다.
벌써 한 해의 끝자락에 서서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보며 내가 거둔 영혼과 삶의 볏단을 세어 보게 되는 12월 첫날. 우리 연곡 분교의 16명의 전교생은 사랑의 공동체를 찾아 이른 아침부터 세상 속으로 들어갔답니다.
'소화 성가정'을 찾아 1박2일의 장애체험학습을 갔습니다. 여덟 살 짜리 1학년들까지 그렇게 먼 길을 나서는 여행을 가기에는 무리가 따랐지만 우리는 힘듦보다 재미보다 더 소중한 영혼의 꽃을 피우는 아름다운 만남을 미룰 수 없었습니다. '소화 성가정'은 광주광역시 광산구 삼거동 607-5에 있는 정신지체와 발달장애우들을 위해 설립된 시설로서 윤남 원장님(소화 데레사)이하 몇 분의 직원들이 30명의 정신지체를 지닌 성인 장애우들을 보살피며 사랑과 기도와 헌신으로 삶을 꾸려가며 성스러운 가정의 모습을 가꾸고 있는 천주교 광주대교구에서 설립한 곳입니다.
개설된 지 3년을 맞고 있었지만 아직도 부족한 시설 투자와 예산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곳곳에서 감지할 수 있는 곳입니다. 운영비의 80%를 차지하는 인건비 충당으로 열악한 재정을 이겨내기위해 외부의 도움과 자매결연, 약간의 개인 기부자들의 헌신으로 힘들게 사는 시설이면서도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모습은 '사랑' 그 자체였습니다.
2년 동안 연곡분교를 후원해 준 SK텔레콤 서부마케팅지원팀이 2005년 행사를 마무리하는 작업으로 함께 추진해 온 이 날 행사를 위해서 담당 직원인 박은연 대리님은 부군이 교통사고로 입원하고 아기도 맡긴 채, 차질없는 일정을 추진해 주면서 미소를 잃지 않고 우리를 위해 마음을 다해 주었습니다.
회사에서 보내 준 대형버스에 20명도 채 안 된 식구들만 타서 썰렁했지만 따스한 마음으로 채웠습니다. 친절한 기사님은 꼬마들을 위해 만화프로그램까지 보여주며 차멀미를 덜게 해 주셨고 덕분에 도착 하는 시간까지 아이들은 깔깔대며 웃고 갔지요. 12월 1일 아침 9시에 광주를 향해 출발한 우리들은 2시간만에 우리를 기다리는 원장 수녀님의 자애로운 웃음과 직원들의 환영을 받으며 장애우들과 1박 2일의 여정을 시작한 우리들.
늘 도움만 받아온 우리 아이들이 성인장애우들을 만나 그들의 얼굴에 웃음을 선사해 주고 사랑을 실천하는 아름다운 분들을 만나 그 사랑의 온기와 희망의 불씨를 한아름 안고 오기 위해 앓아오던 감기 기운도 동장군의 위세에도 견딜 각오로 찾아 갔답니다. 7월 16일에 우리 연곡분교에 와서 여름철 물놀이 행사를 했던 웃음이 많던 소화성 가족들은 이미 우리 아이들과 친구처럼 어울렸습니다.
함께 짝을 이루어 점심을 먹은 우리 아이들은 일일봉사 활동을 시작하는 마음으로 식당을 청소하고 걸레를 빨며 그 동안 대우만 받아온 자리를 떠나 근로의 힘듦과 봉사의 보람을 몸으로 배웠답니다. 그리고는 잘 가꾸어 놓은 허브 식물들을 견학하며 생명의 신비와 아름다움을 눈으로 만지고 코로 느끼며 감탄사를 연발했답니다.
1차 행사로 한경남, 강주일 임의 진행으로 장애우들과 짝을 이루어 레크레이션을 하며 서로 마음을 합하는 친구되기 행사를 즐겁게 하며 한껏 웃는 시간을 연출했지요. 즐거운 노래와 율동, 풍선을 불어서 장애우들과 우리 아이들이 껴안고 터뜨리기 등으로 한 기족이 된 것입니다. 예산부족으로 비닐 하우스를 개조해서 만든 원예치료실의 찬 공기를 사랑으로 데우며 그렇게 환하게 웃는 장애들의 웃음이 우리를 행복하게 했습니다.
2차 행사는 서인구 원예치료사님과 황미진 님이 진행하는 허브 이야기와 허브 비누 만들기, 허부 차 마시기 순서로, 주제는 '나를 찾아가는 이야기'였습니다. 식물이건 사람이건 하나의 생명체가 살아가면서 만나는 시련과 아픔, 행복과 보람을 이야기하며 귤 한 개라도 아무런 생각없이 홀랑 까먹을 수 없는 감사함과 존재의 의미를 배우는, 철학적이고 감성적인 눈을 띄워 주는 훌륭한 체험을 했답니다.
아이들 각자가 허브 비누를 만들어 보고 허브 차의 향기에 취해 보며 어디에서건 허브처럼 '향기로운 사람'이 되겠다는 미음의 준비를 하게 했습니다. 값비싼 아로마 오일과 라벤더로 만든 세상에서 하나뿐인 자기의 허브 비누를 만들며 즐거워 하던 아이들, 스피아민트와 애플민트, 페퍼민트 향을 풍기는 허브 차를 깜찍하고 예쁜 유리 잔에 받아 들고 코로 그 향기에 취하던 순간, '내 향기는 어떨까" 스스로에게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다음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