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고등학교 일선 학교에서 제일 바쁜 선생님은 고3 담임이 아닌가 싶다. 기말고사 시험에 이어 성적 채점과 확인이 끝나자마자 졸업사정회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종마무리를 해야 하는 단계에서 그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특히 1․2학년 때 누락된 부분이 있는지를 철저히 확인하여 학생들이 손해를 입지 않도록 해야만 한다. 고등학교 생활기록부가 중요한 만큼 담임선생님으로서 학급의 학생들을 위해 적어줄 수 있는 내용은 찾아서 모두 적어 주어야만 한다.
아침부터 각반 담임선생님은 책상 위 컴퓨터를 들여다보며 심혈을 기울인다. 어떤 선생님은 어깨 죽지가 아픈 듯 계속해서 팔을 주물러가며 타자를 친다. 그리고 3학년 담임을 처음 맡은 선생님은 모르는 부분이 있을 때마다 경륜이 많은 선배 동료교사를 찾아다니며 연신 질문을 하는 등의 노력을 보인다. 대충은 없다.
고3 경력이 많은 선생님들 또한 매년 달라진 양식과 방법에 익숙하지 않아 책자나 자료 등을 찾아가며 신중을 기하는 모습들이다. 이 모든 것들이 아이들을 위한 우리 선생님들의 관심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라는 말이 있듯 선생님들은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인(NEIS)를 통해 활용할 수 있는 것들(출결상황, 성적, 적응활동, 자치활동, 계발활동, 봉사활동, 수상실적 등)을 충분히 활용하여 최소한의 시간을 줄이는 것이 좋다.
기본 데이터인 성적이 나온 상태에서 학업우수상을 선정하고 난 다음, 각 동아리 담당 선생님들로부터 공로상, 봉사상, 기능상, 예능상 등의 추천을 받아 대내상을 결정하고, 각 반 담임선생님 모두가 모여 대외상과 기타 상들을 결정하는 것이 좋다.
특히 상 받을 학생을 선정할 때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본다. 그렇지 못할 경우, 졸업식 날 학생들로부터 웃음거리가 될 수가 있다. 또한 너무 지나치게 상을 많이 선정하여 상의 희소성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매번 이 과정을 거치면서 내가 제일 어려워하는 부분이 있다. 그건 바로 행동발달상황 종합의견을 기록하는 일이다. 아이들과 일 년 동안 생활해 오면서 아이들 개개인의 특성을 일일이 서술식으로 적는 것이 여간 어렵지가 않다. 정말이지 이 순간만큼은 아이들 하나 하나를 머릿속에 떠올려가면서 사실 있는 그대로를 적어야만 한다.
자칫 잘못하여 사실과 다른 내용을 적어 주었을 경우, 그 아이는 선생님을 신뢰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리고 행동이 바르지 못한 아이의 행동 특성을 적어 주어야 할 경우에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잘 섭렵하여 그 학생이 반감을 사지 않도록 유효 적절한 문구를 사용하여 적어 줄 필요가 있다.
그 과정에서 좋은 문구가 생각나지 않을 경우에는 국어 선생님의 도움을 받는다든지 아니면 자료집을 활용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도 있다. 한 학생을 평가할 때 중요한 것은 그 학생에 대해 나쁜 점만 보려고 하지 말고 하나라도 좋은 점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담임선생님의 판단이 전부일 수만은 없다고 본다. 일 년 동안 수업 시간을 통해 학급의 학생들을 관찰해 온 교과담임이나 동아리 선생님들부터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도 좋다. 그래서 주관이 아닌 객관성을 띤 평가를 기술해야 한다.
이제 일년 농사가 마무리 되어가고 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이 기간이 학생이나 선생님 모두에게 소중한 시간인 것만은 분명하다. 이제 아이들은 마지막 학창시절을 접고 새로운 세계로 이상을 향해 나아가게 될 것이다.
지금은 모르지만 먼 훗날 고등학교 학창 시절 생활기록부를 들여다보며 선생님을 평가할지도 모른다. 따라서 지금 하고 있는 일이 힘들고 짜증이 날 수도 있지만 우리 선생님은 마지막까지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 만에 하나라도 아이들을 불공정하게 평가하여 아이들이 선생님을 불신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공정한 평가가 이루어졌을 때, 아이들은 자신을 뒤돌아보며 반성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