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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리포트(미분류)

75점은 되고 80점은 안 된다!

연말이 다가온다. 일선 학교에서도 기말 시험을 앞두고 교사나 학생 할 것 없이 모두 바쁠 때이다. 특히 아이들을 시험 준비로, 교사는 아이들의 여러 가지 자료들을 정리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게 된다.

최근에 일선 학교들은 일부 학교의 성적 부풀리기나 내신 조작 문제 등의 여파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고등학교는 대학입시와 직결되기 때문에 그 정도가 더 심하다.

이것이 아이들을 위한 교육인가!

“정말로 해도 해도 너무해요. 이거 원 선생님이 신도 아니고, 어떻게 아이들의 평균 점수를 일정하게 맞추어 내라는 건지. 결국은 아이들을 1등부터 꼴찌까지 정확하게 줄 세우라는 소리가 아니고 뭐겠어요.”

일선 교육청 혹은 그 이상의 기관으로부터 내려오는 내신 성적과 관련된 지시 사항들이 때로는 도를 지나쳐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특히 아이들의 평균 점수를 특정 점수에 맞추고 거기에 맞지 않을 경우는 해당 선생님에게 주의나 경고 등의 벌칙을 준다고 엄포 아닌 엄포를 놓고 있다.

물론 상부 기관의 지시도 이해할 만하다. 보다 객관적이고 신뢰성 있는 내신 성적 산출을 갈망하는 이 땅의 수많은 학부모들의 바람을 조금이라도 현장에 반영하려는 의지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그 본모습은 참담하고 잔혹하기 그지없다. 동석차도 안되고, 평균점수도 일정 점수에 맞추어야 하는 우리 교육현장의 모습은 다름 아닌 살벌한 경쟁체제에 다름 아니다.

75점은 되고 80점은 안 된다!

애초에 수행평가를 도입한 것도 우리 아이들을 객관식 점수에 의해 적나라하게 줄 세우기보다 각 학생들의 흥미와 능력을 고루 반영하자는 의도에서였다. 물론 수행평가가 가지는 여러 가지 문제들이 많았지만, 예전에 비해 분명 달라진 것은 특정 시험 하나로 아이들의 줄 세우기보다는 학생들의 여러 가지 면들을 다양하게 고려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여기에는 해당 교사들의 평가에 대한 전문성이 고려되어야 함을 분명하다.

“아니 선생님들을 못 믿어도 유분수지. 어떻게 아이들 시험 평균 점수까지 일정 점수에 맞추어 내라고 하는 건지….”

“그래 맞아요, 말로만 인성 교육이니 평생 교육이니 말할 뿐이지, 실상 제일 중요한 것은 다름 아닌 성적이잖아요. 그리고 그것도 일등부터 꼴찌까지 정확하게 줄 세우는 그런 성적 말이죠. 정말 살벌해요. 우리가 학교 다닐 때보다 더 인간미가 사라져 가는 것 같아 서글플 뿐이죠.”

“어떡하겠어요. 이 시대가 요구하는 교사상이 그런 것을….”

“그렇더라도 시험 점수가 어떻게 일정하게 나올 수 있냐 말이야. 평균 75점은 되고 80점은 안 되는 그런 성적이 어디 있어. 이거 정말 교사들의 평가 권한을 아예 믿지 못하거나, 그냥 놔두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 아니고 뭐겠어!”

선생들은 객관적이고 신뢰 있는 평가체제가 구축되어야 한다는 점에는 모두 의견의 일치를 보였지만, 지나치게 점수에 의해 우리 아이들을 줄 세우는 점에는 비판의 의지를 강하게 보였다.

선생님 시험 문제 좀 쉽게 내 주세요!

“선생님 이번 시험은 제발 쉽게 좀 내 주세요. 어려워서 공부할 의욕이 안 생겨요!”
“이놈들이 시험이 어려워야 되지 쉬우면 공부한 사람들은 손해 보잖아. 그런 소리 좀 하지 말고 제발 공부나 좀 열심히 해라.”

아이들은 제각각 시험 문제 좀 쉽게 내달라고 아우성이다. 열린 교육이 만들어 놓은 우리 교육의 또 다른 풍토일 것이다. 시험 때만 되면 수업시간에 시험문제 이야기 해 달라고 조르기 일쑤이고, 시험이 조금만 어렵게 나오면 어렵다고 다들 아우성이다.

“이놈들아, 선생님 시험 쉽게 내는 것은 문제가 안 된다. 하지만 쉽게 내서 과목 평균이 80점을 넘어 버리면 선생님 자리가 위태로워진다.”
“선생님 걱정 마세요. 평균 80점 넘었다고 누가 뭐라고 하면 저희들이 선생님 책임집니다.”

점수를 조금이라도 더 받으려 하는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을 보면 정말로 일정한 점수에 맞춰 줄 세운다는 것이 지나치게 비인간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평가라는 것이 반드시 잘하고 못하는 것을 구별해주는 역할을 해야겠지만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상대평가는 분명 재고의 여지가 있는 것이다.

기말고사가 며칠 남지 않았다. 시험 문제를 내면서 ‘아이들이 모두 100점 맞으면 어떡하지’라는 괜한 걱정을 해 본다. 혹은 ‘평균이 80점을 넘으면 어떡하지’라는 생각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를 괴롭힌다. 11년 공부에 과목 점수가 처음으로 90점을 넘었다고 좋아하던 한 아이의 천진난만한 미소가 자꾸만 머릿속을 혼란스럽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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