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하루속히 의혹을 매듭짓고 후속 대책을 마련한 후, 황 교수팀이 연구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서울대 황우석 교수팀의 난자 취득 과정을 둘러싼 윤리 논란이 급기야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린 배아 줄기세포 논문의 진위 공방으로 이어져 나라 안이 온통 시끌벅적하다. 그동안 여론의 전폭적인 지지에 생명공학을 국가경쟁력의 핵심 동력으로 삼겠다는 정부의 확고한 의지까지 더해져 순탄하게 진행되던 줄기세포 연구에 <문화방송>의 간판 시사프로그램인 ‘피디수첩’이 의혹을 제기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그러자 황 교수팀의 연구 성과를 삶의 희망이자 안식으로 삼았던 국민들은 당혹감을 넘어 분노로까지 이어지며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말았다.
국민적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황 교수도 그간 논란이 일었던 난자 취득 과정에 일부 문제가 있었음을 시인했다. 한 점 의혹도 없다고 했던 과거의 입장을 번복한 사실만으로도 신뢰에 금이 간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물론 국내 생명공학의 열악한 상황에 비춰볼 때, 윤리적 문제까지 충분히 고려할 수 없었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아직은 미국이나 영국 등 생명공학의 선진국에 비춰볼 때, 사회적 가치 기준과 윤리적 잣대가 미비한 것은 틀림없기 때문이다.
문화방송 쪽도 <사이언스>에 게재된 줄기세포의 진위는 물론이고 국내 첫 복제소 ‘영롱이’에 대한 의혹까지 제기하며 사운을 걸고 진실을 밝히겠다는 의욕을 보였으나, 취재 과정에서 ‘논문을 취소하고 황우석 교수를 구속할 수 있다’는 등 취재원을 협박함으로써 언론 윤리를 저버린 사실이 드러났다. 상대적으로 침묵을 지키고 있던 황 교수팀도 문화방송이 제기한 의혹을 일축하는 등 적극적인 공세로 나서고 있다.
문제는 이런 논란이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선을 넘어섰다는 점이다. 결국 모든 진실이 밝혀져야 소모적인 논란도 중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제는 정부가 나서야 할 차례다. 이번 논란이 국운을 좌우할 만큼 중대한 사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그동안 강건너 불구경하듯 수수방관으로 일관했다. 문제가 불거진 초기 단계에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철저한 검증 작업만 거쳤더라도 벌써 해결됐을 사안이다. 그럼에도 정부 당국자는 황 교수팀과 문화방송의 입만 바라보고 적당히 봉합되기만을 기다렸다면 국민의 혈세로 녹을 받는 공직자의 처신이라 할 수 없다.
어쩌면 이번 논란은 가시적인 성과만을 강조하는 우리 사회의 왜곡된 경쟁의식에서 기인했다고 보는 편이 옳을지도 모른다. 말하자면 과학이나 언론이 시장경제의 원리에 따라 생산성과 직결되는 ‘도구적 이성’에만 충실했지, 그 의미와 관련하여 철학적·윤리적 가치를 천착하는 ‘성찰적 이성’으로서의 역할은 도외시했다는 얘기다. 그런 면에서 차제에 과학기술이나 언론 취재과정에 대하여 투명한 정보 공개와 함께 사회적인 검증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
누가 뭐라 해도 황 교수팀의 연구 성과는 우리 국민의 자긍심을 높여준 쾌거임에는 틀림없다. 또한 ‘황우석 신드롬’에 편승하여 그 어떤 교육정책으로도 풀지 못했던 이공계와 기초과학 기피 현상도 일정 부분 해소되어 이 분야로 젊은 인재들이 몰려들고 있다. 따라서 더 이상의 소모적인 논란은 국익을 해치는 것은 물론이고 모처럼 찾아온 ‘과학열풍’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점에서 정부는 하루속히 의혹을 매듭짓고 후속 대책을 마련한 후, 황 교수팀이 연구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