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때가 되면 아이들과 함께 크리스마스 추억을 만든다. 아이들은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정성껏 추억을 만들어 간다. 친구들과 소곤소곤 자신만이 알고 있는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나누며 얼굴에는 웃음을 가득 머금은 채.
아이들과 함께 크리스마스 추억 만드는 것 중 하나를 소개하면 크리스마스 케이크이다. 요즈음은 종이접기로 케이크 작품을 만들기도 하지만 크리스마스 시즌에 스티로폼으로 만드는 크리스마스 케이크는 정말 따뜻한 정감을 느끼게 해 준다. 우선 5센티미터 정도의 스티로폼 두께가 되는 것을 크기가 다른 세 개의 원으로 자른다. 크기가 다른 세 개의 원을 층층이 놓은 다음 곧은 나무 막대를 꽂고(혹은 나무젓가락 붙인 것) 그 위에 나사 형 주름의 붉은 양초를 꽂는다. 양초에 긴 리본을 묶어서 늘어뜨린다. 그리고 스티로폼의 두께의 둘레를 색 테이프로 커버해 준다. 이젠 케이크를 장식할 차례이다. 맛있는 사탕을 많이 준비하여 사탕을 일일이 예쁜 망사로 싸고 침 핀으로 스티로폼에 꽂으면 멋진 크리스마스 케이크가 완성!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만들기 위하여 공사장을 다니면서 버려진 스티로폼을 줍던 생각이 난다. 스티로폼만 준비되면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흙이 묻은 스티로폼을 비누로 깨끗이 씻고 스티로폼 자르는 도구가 없고 청소기도 없던 시절 큰 칼로 동그랗게 자르느라 온 교실과 복도는 스티로폼 조각들로 날리곤 하였다. 지금으로부터 22년 전 모 여성잡지 12월호를 보던 중 크리스마스 케이크 만들기가 사진으로 나와 있는 것을 보고 지금까지 잘 활용하고 있다.
크리스마스 케이크가 완성되면 겨울방학식을 할 때까지 교실에 놓아둔다. 가끔 사탕이 중간 중간 없어지기도 하지만 그냥 모르는 척 한다. 망사 사이로 비춰진 사탕이 얼마나 먹음직스러웠으면 빼서 먹었겠는가?
크리스마스가 며칠 남지 않았거나 겨울방학 할 즈음이 되면 아이들과 동그랗게 둘러앉아 1, 2학기동안 있었던 재미있는 우리 반 만의 추억을 이야기 하며 이야기 한 사람은 사탕을 하나씩 빼 먹는다. 정말 1년의 추억이 모두의 마음을 포근함으로 감싸는 시간이다. 마음이 아팠던 일도 사탕을 먹으며 사르르 잊어버리게 되고 아름답고 좋은 추억만 가득히 케이크 위로 쌓인다.
인근에 부대가 있을 때는 조별로 하나씩 만들어서 군부대 위문을 가기도 하였고 우리 반에 아버지의 직업이 군인인 아이들이 있었는데 차가 일상적이지 않던 시절에 그 아이들의 아버지께서 근무하시는 부대에서 차가 직접 와서 크리스마스 사탕 케이크를 싣고 가기도 하였다.
또 학구 내에 시설 보육원이 있었는데 그 곳에 보내어 지기도 하였고 크리스마스 날 교회의 아기예수님께, 새벽 송을 다니는 분들께, 교무실에 놓아두었다가 가장 어린아기들이 있는 선생님에게 드리기도 하였다.
또 하나 크리스마스 추억은 크리스마스카드 만들기(사진)이다. 특기적성 종이접기부에 다니며 배웠던 것인데 만들기가 아주 쉬운데도 보기에는 제법 멋있는 크리스마스카드인지라 즐겨 활용하고 있다. 올해도 아이들과 크리스마스 추억 만들기의 하나로 카드를 만들었다. 얼마나 재미있어 하는지.
아이들과 의논하여 만든 크리스마스카드를 추위에 나라를 지키느라고 애쓰고 계신 군인아저씨들께 보내기로 하였다. 아마 위문편지는 보내어도 크리스마스카드를 보내는 학교는 흔치 않으리라고 생각된다. 아이들이 정성껏 접은 크리스마스카드를 받으시고 인류의 평화를 위하여 높고 높은 하늘의 영광을 버리고 인간의 몸으로 태어나신 아기 예수님으로 인하여 이 땅에 전쟁과 한숨이 그치고 긴장감도는 부대 안에 잠시나마 여유로움과 화기애애함이 넘치는 크리스마스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