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예산안을 심의하기 위한 학교운영위원회가 열렸다. 세입 세출을 꼼꼼히 점검하는 위원들의 눈이 예리하고 질문이 날카롭다. 자연히 행정실장의 답변이 길어진다.
추경안이 원안대로 통과는 되었지만 '노트북 수리 비용 부담' 문제는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해 준다. 교사가 수업 중, 노트북 선(線)의 연결이 제대로 되지 않자 학생의 도움을 받던 중 마우스를 자판에 올려 놓은 상태로 뚜껑을 닫아 액정판이 망가졌다. 수리 비용은 무려 50만원.
과연 누구 잘못이고 어떻게 사후 조치를 할 것인가? 학생? 교사? 아니면 학교 부담? 이미 상황이 끝났지만 교사의 부주의에 대한 경각심을 주고 주의를 촉구하기 위해 학교와 교사가 7:3의 비율을 적용, 교사가 15만원을 부담하였다.
한 교원위원이 의견을 제시한다. 이번 일이 자칫 잘못하면 수업 시간 기자재 활용을 위축시킬 수 있음을 지적한다. 맞다. 최첨단 기교재를 비롯해 학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ICT수업을 권장해야 할 상황인데 이번 일은 교사의 수업 전개에 제약을 줄 수 있음을 우려한 것이다.
그러나 학교 입장은 다르다. 노트북이 노후화되어 수리 비용으로 나가는 것은 당연히 학교 비용으로 부담해야 하지만 교사의 부주의까지도 학교가 전액 부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럴 경우, 공공 기자재에 대한 관리가 엉망이 된다는 것이다. 당연히 학교장으로서는 사용상의 주의를 환기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기서 어느 편이 옳고 그르다는 것을 이야기 하려는 것이 아니다. 학운위에서 이런 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교육의 질을 높이는 방향까지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하는 것이 교사의 사기를 높이고 교수-학습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학교도 교사에게 일정 부분 책임을 물었다고 책무를 다한 것이 아니다. 혹시, 열심히 수업을 하려는 교사에게 찬물을 끼얹은 결과는 아닌지 한 번쯤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수업의 질을 높이고 교사의 기교재에 대한 관심으로 파손을 최소화하는 방안은? 운영의 묘가 필요하다. 이번 학운위에서 교원위원에게 던져진 과제이다. 이 정도로 학운위에서 논의가 되고 있다면, 우리 학교 학운위는 몇 점인지? 상, 중, 하 어디에 해당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