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급생활자들은 단 한푼의 세금이라도 절세하기 위해 여기저기 찾아다니기 바쁜 연말정산의 계절이다. 정부는 일부 영수증을 일일이 챙기지 않아도 된다고 발표했지만, 이번에도 의료비의 경우 많은 문제점이 드러난다.
고교교사인 내가 겪은 것은 두 가지다. 5월 초 고3 딸아이는 액취증 치료를 했다. 더 이상 신체발달이 이루어지지 않게 될 때 해주려 했지만, 딸아이는 고통을 호소했다. 사춘기 여학생이니 오죽하랴 싶었는데, 생각보다 심했던 것. 다가오는 여름을 두려워할 정도였으니까.
50만원을 들인 액취증 시술은, 그러나 보험적용이 안 되었다. 살아가는데 큰 고통을 당하는 ‘질병’임이 분명한데도 무슨 근거로 보험에서 제외되었는지 의아스러웠지만, ‘아쉰 놈이 샘 파더라’고 자비부담으로 시술을 했다.
그런데 연말정산용 영수증을 요구했더니 발급해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국세청 홈페이지에 들어가보고 전주세무서에도 문의해보니 “미용ㆍ성형목적의 치료비는 의료비공제대상에 해당되지 아니하나, 의사의 진단 및 처방에 의하여 질병치료임이 확인되면 의료비공제 가능합니다”라는 답변이었고, 그걸 알려주었다.
결국 영수증을 발급받긴 했지만, 병원측에선 그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보건복지부나 국세청의 홍보부족, 의사협회나 병원측의 직무태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심한 땀 분비로 큰 고통에 시달리는 액취증을 미용ㆍ성형따위로 분류하려는 보건복지부 등 관련기관의 인식에는 분통이 터지다 못해 이 나라 국민이 아니고 싶을 정도이다.
그런 문제는 약국 영수증발급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예컨대 처방전 없이 구입하는 파스 등 의약품의 경우에도 영수증을 첨부하면 의료비공제가 가능하다는 내용을 국세청 홈페이지에서 봤는데, 막상 약국에선 전혀 모르고 있었다.
“국민건강보험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제7조의 규정에 의한 영수증을 첨부하여야 의료비공제 가능합니다”인데, 약국에선 어떤 서식인지도 모르고 간이영수증 발급만 운운할 따름이었다.
요양급여기준규칙 제7조 (요양급여비용 계산서ㆍ영수증의 발급 및 보존) ①항 3에 별지 제10호 서식 또는 별지 제11호 서식의 ‘약제비 계산서ㆍ영수증’을 사용하면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약국에선 까맣게 모르고 있으니 답답할 수밖에. 이를테면 약국에선 파스 등을 팔기만 할 뿐 한번도 보건복지부 서식의 영수증 발급을 해주지 않은 셈이다.
위에 든 사례는 비단 나만이 겪은 답답하거나 억울한 일이 아닐 것이다. 한쪽에선 된다 하고 다른 한쪽에선 안된다 하는, 이 소통부재의 의료비영수증 시스템은 대한민국의 국민에 대한 복지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케 해주기에 충분하다.
보건복지부나 국세청의 의료비영수증에 대한 자세한 홍보가 절실하다. 책자 등을 일선 병원이나 약국에 적극 보급하여 국민들이 의료비영수증으로 인해 이리 뛰고 저리 찾아다니는 불편이나 짜증을 겪지 않게 해야 한다. 병원이나 약국에서도 능동적인 자세로 임해 서로 낯붉히는 일이 없게 해야 할 것이다. 말할 나위없이 그것도 국민복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