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해오던 것처럼 올해도 여러 곳에 크리스마스카드를 보내었다. e-카드까지 합하면 50여 곳에 보낸 듯 하다. 이제 조카들이 군대에 가고 대학생이 될 정도로 다 자랐지만 조카(시댁, 친정)들에게와 친지, 함께 근무했던 선생님들, 동창회, 도움을 받았던 분, 아파트 통로 옆집에 살면서 친하게 지냈던 지인 등에게 크리스마스카드 보내기 행사는 그 해의 가장 중요한 행사 중의 하나로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12월 초가 되면 ‘크리스마스카드 보내기’ 라는 중요한 행사를 추진하기 위한 작업이 하나하나 진행된다. 우선 주소를 정리하고 우편번호를 찾아놓는 일이다. 학교를 옮긴 선생님들의 주소와 군에 간 조카의 부대주소, 동창회 총무에게 연락하여 바뀐 회원의 주소도 알아야 한다. 그 다음으로 하는 일은 개개인에 직업, 나이, 성격에 맞는 카드를 고르는 것이다. 카드의 가격이 천차만별이나 카드를 받아 본 경험에 의하면 가격이 비싸고 싼 것은 그다지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아 그렇게 비싸지 않은 카드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가장 잘 나타내는 내는 카드를 고른다. 다음으로는 카드 문구를 생각 놓는 일인데 크리스마스카드인 만큼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담는 문구를 생각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용된다. 성탄의 이야기를 담은 기독교 서적이나 12월 월간지를 읽는 일은 필수조건! 비록 두 줄 정도의 짧은 글이지만 심사숙고 끝에 나온 문구이다.
크리스마스카드는 보내는 기쁨도 크지만 받는 기쁨도 그에 못지않다. 지금 근무하고 있는 곳은 크리스마스카드를 사기가 쉽지 않은 곳이니 아이들이 카드를 보내려면 만들 수밖에 없다. 며칠 전 지금 담임을 하고 있는 한 아이의 크리스마스카드를 받았는데 그 감동이 계속되고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오후 3시쯤 되었을까? 갑자기 교실 문이 드르륵 열리더니 “선생님!” 하고 누군가가 뛰어 들어온다. 업무를 보고 있다가 얼른 눈을 들어보니 승환이었다. 무슨 일인가 보았더니 손에는 카드가 들려 있었다. 그리고는 “선생님, 이거 선생님께 드리는 카드예요.” 하고 내미는 것이 아닌가? 감격스럽고 놀랍기도 해서 “야! 승환이가 정말 멋있는 카드를 선생님께 주는구나!”하면서 꼭 안아주었다.
그런데 이게 웬 일? 이 강추위에 맨발로 뛰어 온 것이 아닌가? 방과 후 집에 가서 카드를 그린 후 선생님께 얼른 드리고 싶은 생각에 맨발로 뛰어 온 것이었다. 그 광경은 분명히 박세리 선수의 맨발, 그 이상의 감동이었다. 승환이에게 선물을 줄 것이 무엇이 있나 해서 찾아보니 마침 아들에게 주려고 사놓았던 샤프펜슬이 있어서 주었더니 “선생님, 감사합니다.” 하면서 뛰어간다.
카드를 쓸 때 받는 사람을 떠올리게 된다. 아마 승환이도 선생님의 모습을 떠올리며 카드를 썼을 것이다. 나는 과연 이 천진한 아이의 맨발의 카드를 받을 자격이 있을까?
이 감동의 크리스마스카드는 언제까지나 잊혀지지 않고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생각나는 일이 되리라 생각하며 승환이의 카드내용을 이곳에 적어본다.
선생님께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 승환이예요.
선생님이 저를 일년 동안 가르쳐주셔서 감사해요.
또 선생님께 리코더와 실로폰을 배워 인제 자신이 생겼어요.
4학년이 되면 더욱 열심히 공부할게요.
선생님, Merry Christmas되세요.
방학동안 건강하세요.
2005년 12월 22일 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