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오지 않는 교정을 두리번거리다 발견한 민들레 한 송이가 내 발길을 붙잡습니다. 이 추운 겨울에도 질긴 생명력을 과시하며 웅크린 채 꽃대를 올린 앉은뱅이 민들레꽃 한 송이, 그 옆에는 언제 꽃을 피웠는지 벌써 씨방을 날려보낼 준비를 하고서 둥근 공처럼 부푼 민들레 홀씨들이 바람만 더 불면 멀리 날아갈 채비를 하고 서 있었습니다.
계절에 약한 것은 아마 사람이 아닌가 합니다. 한 순간도 단절과 포기를 생각하지 않으며 주어진 여건 속에서 자신이 나아갈 방향을 잃지 않는 질긴 생명력에 감동을 하고 말았습니다. 자연의 소리는 한 순간도 뒤돌아봄을 허락하지 않음을 새삼 깨달으며 서 있는 이 자리에 연연해서 새해가 오는 것도 반기지 못하고 옮겨갈 학교 걱정에 뒤치락거리는 내 모습이 부끄러워집니다.
아이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즐거이, 기꺼운 마음으로 달려가야 할텐데 나이가 들어갈수록 경력이 많아질수록 커지는 두려움을 감출 수 없으니 아직도 철이 덜 든 탓인가 봅니다. 물이 고이면 썩는 것처럼 아름다운 이 곳도 오래 머물면 나태해지리라 생각하며 기꺼이 자리를 내놓을 때가 되었습니다. 영원히 살 것처럼 정을 들이고 공을 들인 3년의 분교 생활이 짧은 겨울 해만큼 남았습니다.
오늘 만난 저 민들레 홀씨 다발은 나를 호되게 꾸짖습니다. 새해에는 새꿈을 꿔야 하며 새로운 꽃을 피울 준비를 하라고. 지난 해의 씨앗은 이미 다 바닥이 났으니 새로운 씨앗을 품고 새로운 꽃을 피울 준비를 하며 겨울방학 동안 자신을 갈구는 일에 소홀하지 말라고.
그러고 보니 오늘 떠 오른 저 태양은 2005년의 태양이 아닙니다. 날마다 새로운 태양이듯, 날마다 새로운 날이란 것을! 한 줌 바람만 불면 훌훌 먼길 날아갈 민들레 홀씨처럼, 나도 그렇게 새로운 세상을 향해 다시 비상하는 꿈을 꾸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