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제의 실시와 함께 그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온 것이 교육자치이다. 지방자치제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 제 궤도에 올라있지만, 교육자치제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그만큼 해결해야할 과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교육위원과 교육감의 선출방식을 놓고 정치권의 첨예한 이해관계가 대립되고 있는 것이 그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이렇게 교육자치제의 시행이 자꾸 늦춰지면서 교육계 일각에서는 교육자치제의 기초인 학교자치를 먼저 실시하자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현재의 분위기에서는 학교자치를 먼저 실시하자는 쪽의 의견이 좀더 우세하다고 볼 수 있다.
원할한 학교자치제 실시를 위해서는 우선, 각종 규제를 풀어 학교현장에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즉 학교장 중심으로 학교교육활동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그동안은 학교에서 뭔가 제대로 해보려 해도 규제가 더 무섭기 때문에 선뜻 나서는 학교들이 많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최근 붉어지고 있는 '수준별 이동수업' 문제만 해도 그렇다. 교육부나 정치권에서 수준별 이동수업을 해야 할 과목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전국의 모든 학교에서 똑같이 시행해야 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전국의 모든 학교는 상황이 꼭 같지 않다. 학교마다 여건이 다르다. 규모도 다르고 중등의 경우는 그에 따라 과목을 담당하는 교원의 수도 다르다. 수업시수가 다른 것은 당연하다. 학급당 인원도 다르다.
이렇게 모든 것이 다른데 어떻게 똑같은 교육을 할 수 있겠는가. 이렇게 일률적으로 통제를 할 것이 아니라, 학교자치의 취지에 맞게 학교장에게 일임하는 편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생각이다. 물론 우리나라는 국가중심의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그렇더라도 학교에서 실정에 맞게 운영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대안이 된다는 생각이다.
그뿐 아니다. 평가방법 등도 학교에서 정하도록 함이 더 합리적이다. 기본적인 사항은 제시를 하되, 어느 과목에 주관식 비율을 어떻게 하고 서술형 문항을 어떻게 얼마나, 그리고 반드시 출제해야 한다라는 식의 규제는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다. 학생의 수준과 학교의 실정을 가장 잘 아는 것은 학교장과 해당학교 교원이다. 이들이 적절히 운영하도록 전적으로 믿고 맡겨야 할 것이다.
각 학교에는 각종 위원회가 많다. 그 위원회들이 제 기능을 하는 경우보다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다. 그것은 학교에 문제가 있기 때문인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규제가 지나치기 때문이다. 이미 지침으로 내려온 내용을 놓고 위원회를 열어서 무엇을 결정할 수 있겠는가. 그 지침을 중심으로 세부적인 시행방안만 정하다 보니 모든 학교에서 똑같은 교육을 하게 되는 것이다.
시대가 흐를수록 학교 구성원의 역할은 점차 증대되고 있다. 학교 구성원 중심으로 학교를 운영할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 지나친 규제는 도리어 논란만 가중(加重)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