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교육의 질은 교장의 질을 넘을 수 없다.'는 이야기를 어느 학부모에게 들은 적이 있다. 학교경영에서 교장과 교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교장의 역할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이 학부모의 이야기는 여러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할 것이다.
그러나 이 학부모의 이야기 속에는 교장과 교감, 특히 교장을 학교의 권력자로 인식하고 있지는 않나 하는 의구심이 든다. 모든 것을 교장이 좌지우지 할수 있다고 보는 것 같았다. 그런 인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계속해서 교원 승진제도를 논란거리로 몰아가는 것이라고 본다.
능력중심의 교원인사제도개선은 순전히 이론에 근거한 것으로 보고싶다. 이론적으로는 '능력있는 교사가 승진해야 한다.'라는 것에 이의가 있을 수 없다. 그 '능력이라는 기준을 어떻게 정해야 하는가'라고 현실로 돌아오면 최소한 교원인사에서만은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또 한가지 다른 여타의 분야와는 달리 교사가 승진할 수 있는 직위는 딱 두가지 뿐이다. 바로 교감과 교장이 그것이다. 여러길이 있는 것도 아닌데 능력있는 교사를 찾는 것은 어렵디 어려운 일이 아닐수 없다.
경력기간 단축한다고 해서 능력있는 교사가 승진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또한 근무성적평정기간을 현재보다 늘린다고 해서 능력의 유·무 판단이 가능하다고 보는것인가. 더욱이 다면평가를 실시해서 승진을 하도록 한다는 것이 능력판단 기준이 될 수 있는가.
말만 능력위주의 승진구조 개선이지, 그렇게 바꾼다고 해서 능력있는 교사가 승진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고 볼수 없다. 교원의 승진규정 개정 방향은 가르치는 교수 전문직과 학교경영을 하도록 하고 있는 혼합된 승진구조에서 양자를 명확히 구분하는 이원적 구조가 되어야 한다. 어느 한쪽에서도 전문성을 발휘하기 어려운 현재의 구조에서 이원적 구조로 가는 것이 승진규정 개정의 키가 된다고 본다.
공모형 초빙교장제가 안되는 이유
교사들이 교장이 되고 싶어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교장이라는 직위가 최소한 학교에서만은 누가보아도 최고 경영자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학교의 모든 경영업무를 통괄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교장이 되었을때 그 경영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게 되면 그 학교는 똑같은 인적, 물적 자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소기의 교육성과를 얻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의 장인 교장은 교육 전문성을 두루 갖춘 인사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 그 전문성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며 오랫동안의 교육경험과 노하우, 경영역량을 기르면서 습득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충분히 경험을 쌓고 경영 노하우를 습득했을 때 자연스럽게 교장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학교는 단순히 이윤만을 창출하는 기업이 아니다. 교육을 통해서 이윤보다 더한 인재를 양성해야 하는 곳이다. 그곳에 일반기업의 경영기법을 도입한다고 하면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 교장은 그냥 단순한 경영자가 아니다. '인재양성을 목표로 하는 학교경영자'인 것이다. 이것을 인정해야 한다.
자격없는 교장을 교장으로 임용한다고 한다는 것은 정부의 교육시책과도 맞지 않는다. 교대와 사대에서 교원교육이 제대로 안되어 6년제로 해야 한다고 하면서 교장 임용에서는 전혀 경력없는 인사에게도 개방을 한다는 것은 앞·뒤가 안맞는 정책이다. 교직의 전문성을 인정해야 한다.
만일, 초빙제를 확대하더라도 모든 근본은 자격제에 기초해야 한다. 철저하게 교장자격을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50%까지의 확대는 바람직하지 않다. 초빙제 50%와 승진교장 50%, 그 사이에서 나타날 현실의 괴리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그 차이는 결코 해소할 수 없는 숙제가 될 것이 분명하다. 또한 초빙교장뿐 아니라 승진교장에도 포함 되지 못한 교사의 소외감은 더해만 갈 것이다. 이는 교육발전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또하나 중요한 것은 현재와 같이 모든 학교가 인적자원, 물적자원에 별다른 차이가 없는 상태에서 학교장의 능력발휘와 자율경영등을 목적으로 초빙제를 확대한다고 할때, 학교장의 능력발휘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능력발휘를 할 수 있도록 조건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사회적으로 활동이 왕성한 각종 단체에서 교장을 하기 위한 기회로 악용할 소지도 충분히 있다. 문호가 개방된다는 뜻은 누구나 능력만 있으면 교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인데, 그 능력을 측정하기 위한 정확한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서로가 교장이 되려고 각종단체의 각축장으로 학교가 변할 수도 있다.
이렇듯 교장 공모제는 득보다 실이 많다. 따라서 극히 제한적인 자율학교(이것도 애매한 학교이긴 하지만)에만 도입하되 전체의 10%를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본다.
이래서는 안된다
교원의 승진규정개선에서 다면평가제 확대와 근무성적평정기간의 확대, 그리고 경력평정기간단축 등은 실로 조심스럽게 다루어져야 한다. 현재의 교장, 교감이 하는 평정이 공정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해서 단순히 평정자의 수를 늘리는 것은 위험한 발상으로 볼 수 있다.
능력과 관계없이 그 사람의 겉모습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하다. 동료교사에 의한 다면평가가 부적절한 것은 다른 조직과는 달리 학교에서 학생을 지도하는 교육활동은 서로의 연계성이 명확하지 않다. 즉 자신의 업무(수업이나 행정업무)는 명확히 볼 수 있지만 다른 교사의 업무는 명확하게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과목도 다르고 업무의 경, 중도 다른 상태에서 객관적인 평가가 나올 수 없을 것이다.
얼핏보면 이 다면평가는 현실적이고 객관성이 높은 방법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역시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따라서 이 문제는 이런 접근보다는 근무성적평정 반영방법에 변화를 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가야 한다. 즉 현재처럼 승진을 앞둔 단 1명의 교사에게 1등급을 부여하지 말고 10년동안 2회의 1등급 획득 등으로 바꾸는 것등을 연구해야 한다.
그러나 교육부 안에 있는 근무성적평정기간을 4년, 5년, 혹은 10년으로 확대한다는 것은 그 기간동안 항상 1등급을 부여받기 위해 노력해야 함을 의미한다. 물론 10년 내내 1등급을 부여받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럴 경우에는 10년내내 1등급을 부여받은 교사보다 승진에서 밀리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그 기간동안의 근무성적을 모조리 평정하지 말고 2회정도의 1등급획득으로 해야 한다고 본다. 즉 10년동안 2회의 1등급을 부여 받았다면 근무성적평정 점수에 더이상 얽매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 교사가 나머지 8년을 대충 근무한다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을 본다. 승진하는 직위에서 할일을 사전에 연구하고 연마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만일 그런일이 발생한다면 그에 따른 조치는 따로 정해두는 것이 옳다.
10년동안 무조건 근무성적을 잘 받기 위해서는 소위 말하는 대로, '10년동안 죽어서 살아야 한다'는 학교현장의 의견을 절대로 무시하면 안된다. 승진규정개정은 학교 교사를 위한 것이지 교육부나 정치권을 위한 것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한편, 경력평정기간 단축을 왜 해야 하는지 이유를 정확히 모르겠다. 젊고 유능한 교원을 승진시키기 위한 것이라고는 하는데, 그렇게 한다고 해서 젊고 유능한 교사가 승진할 수 있다고 볼 수도 없다. 다만 승진연령이 현재보다 빨라지는 효과는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일찍 교장이 되고 그로 인해 교장임기제 적용을 받게되면(교육부 안에서는 승진규정에 의한 교장은 임기제 적용을 하고 초빙교장에게는 적용하지 않는 것으로 되어 있다.)결국은 또다른 교원정년단축을 가져오게 될 것이다. 초빙교장이야 원직(교사)으로 복귀하면 그만이지만 교육계의 정서상 어려운 승진의 관문을 뚫은 교장의 경우는 원직복귀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꼭 경력평정기간을 단축해야 한다면 최대한 단축하더라도 22년 이하는 안된다고 본다. 교감이나 교장이 되어서 학교를 경영하기 위한 경영기법을 익히는데에, 최소한 그 기간은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괴리를 해소할 방안이 필요하다
이번의 교육부 안에서 그래도 마음에 드는 것은 연수제도 개선이다. 교원의 전문성향상을 꾀하기 위한 것이 연수인데, 이것을 전문화하고 특성화 한다는 것은 연수방법의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강제성이 보이는 부분은 동의하기 어렵지만 그렇더라도 교원의 전문성 향상을 위해서 연수를 받아야 한다는 것에는 기본적으로 동의를 한다.
특히 직무연수 경비지원을 확대하는 방안도 꼭 필요하다고 본다. 연수점수를 등급제로 바꾸는 방안은 일시적인 경쟁을 완화할 수는 있겠지만 변별력이 떨어지는 문제는 계속 안고 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연수점수의 등급제 문제는 좀더 깊이있는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부분으로 보고싶다.
그밖에 교원양성체제개편, 선발방법의 개편등은 비교적 적절한 방안으로 보겠다. 다만 양성기간을 길게 한다고 해서 교원의 질이 향상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볼때, 기간연장보다는 양성구조 자체를 개선하는 것이 좀더 현실적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교원의 승진규정문제는 개선을 하면 할수록 더 복잡하고 비현실적인 방안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상(理想)과 현실(現實)사이의 괴리(乖離)'가 그 어떤 부분보다도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것을 조금씩이라도 해소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가야 한다. 한꺼번에 모든것을 칼로 무우 자르듯이 바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다.
끝으로 교원승진규정 개정을 직접담당하고 있는 교육혁신위원회 위원들에게 부탁을 하고자 한다. 첫째, 자신의 현재 처한 위치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지 말라는 것이다. 자신의 이해관계만 내세우는 우를 범하지 말았으면 한다. 둘째, 어느것이 진정으로 이나라 교육을 위한 것인지 잊지 말아야 한다. 셋째, 최소한 위원들은 대한민국 모든 국민들의 대표자격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 줬으면 한다. 깊이있는 안목을 가지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넷째, 주변의 의견을 많이 청취하고 개정에 임해달라는 것이다. 한사람의 의견보다는 두 사람, 세사람의 의견이 훨씬더 합리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승진규정문제를 이야기 하면서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교장, 교감이 되기 위해 과열경쟁을 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으로 수석교사제를 도입해야 한다. 현재는 구조는 교수 전문직도 아니고 경영 전문직도 아닌 혼합된 구조이다. 이런 구조 때문에 전문성의 발휘가 저해되는 것이다. 실질적으로 학교현장에서는 대부분의 교사들이 원하는 제도이다. 이것을 전교조의 일부가 반대한다고 도입을 자꾸 유보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도리어 초빙교장제 도입을 근간으로 하는 교원승진규정의 개선방안보다는 수석교사제 도입이 백배, 천배 우수한 방안이라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