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6 (화)

  • 흐림동두천 8.5℃
  • 흐림강릉 9.2℃
  • 서울 9.6℃
  • 대전 8.8℃
  • 대구 9.3℃
  • 울산 13.9℃
  • 광주 12.8℃
  • 부산 14.2℃
  • 흐림고창 11.1℃
  • 제주 14.5℃
  • 흐림강화 9.5℃
  • 흐림보은 9.6℃
  • 흐림금산 10.5℃
  • 흐림강진군 13.7℃
  • 흐림경주시 8.2℃
  • 흐림거제 15.0℃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e-리포트(미분류)

미담 때문에 더 아름다운 세상

시내 변두리의 고향을 지키며 농사일만 하시던 외삼촌이 계셨다. 그때 외삼촌은 매일 아침 오토바이 뒤에 매달린 리어카에 채소를 가득 실어 시장에 내다팔았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밖에 몰라 온몸에서 흙냄새가 나던 분이셨다.

벌써 7,8년 전의 일이다. 그런 외삼촌이 교통사고로 응급실에서 사경을 헤매다 돌아가셨다. 사고의 내용인즉 그날따라 채소를 일찍 판 외삼촌은 1차선을 달려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때 앞에서 2차선을 달리던 운전자는 휴대폰을 통해 잘못 접어든 길임을 알게 되었다. 외지에서 온 여자 운전자는 조급한 마음에 1차선과 중앙선을 넘어 차의 방향을 바꾸려고 했다. 하필이면 갑자기 1차선으로 넘어온 승용차와 달려오던 외삼촌의 오토바이가 정면으로 충돌을 했던 것이다.

소식을 듣고 달려온 가족들이 응급실 앞을 지켰지만 손도 써보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갑자기 당한 일이기도 했지만 회갑을 막 넘긴 나이였고, 원래 정정하시던 분이 돌아가셨다는 현실 앞에 가족들은 넋이 나갈 수밖에 없었다. 한편 가족들이 모인 자리마다 운전자를 원망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급하게 장례절차가 논의되었고, 가해자인 운전자의 가족과 합의가 진행되었다. 그런 자리에서마저 외삼촌은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 자리에 누워있는 피해자였다. 그때 슬픔에 쌓인 사람들에게 운전자의 딸이 결혼식을 며칠 앞뒀다는 얘기가 들려왔다. 어쩌면 미움을 동정으로 바꾼 소식이었다.

쌍방간에 합의를 보지 못하면 운전자는 딸의 결혼식에 참석할 수 없는 처지였다. 모두 착한 분들이라 집안들이 모여 상의를 했다. 이 세상 엄마들 자식 사랑하는 마음 같으니 딸의 결혼식에 참석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또 집마다 운전자가 다 있는데 잠깐의 실수를 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는데 의견이 일치되었다.

일사천리로 서로 원만하게 합의가 진행되었고, 운전자의 남편 분은 결혼식을 며칠 앞둔 딸과 사위를 데리고 장례식에 참석해 슬픔을 같이했다. 주위 분들에게 법이 필요 없는 분으로 기억되고 있는 외삼촌의 일생이 아름답게 마무리 될 수 있도록 그때 외사촌들이 쉽게 동조를 해준 일이 지금 생각해도 고맙다.

그때 나는 세상은 생각보다 몰인정하지 않다는 것과 어떤 일이든 상대방의 입장에 서보면 더 쉽게 이해하고 용서할 수 있다는 것을 체험했었다. 그런 내가 세상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미담 때문에 요즘 청주에 사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갑자기 자식이 죽는 일을 누가 상상이나 할까. 만약 그렇게 된다면 부모는 이 세상이 끝나거나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보다 더 큰 슬픔에 잠길 것이다. 하지만 그런 슬픔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킨 40대 부모가 청주에 있다.

인라인스케이트를 타고 친구들과 집 앞 횡단보도를 건너던 초등학생 외아들이 달리던 승합차에 치여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아들을 잃은 슬픔을 삭이는 일이 무척 어려웠을 것이다. 법을 아는 주변 사람들이 법의 잣대에 맞춰가며 가해자에게 돈을 더 받아내는 방법을 열심히 알려줬을 것이다. 그래도 부모는 아들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해 장기기증을 결심했고, 시각장애인 2명에게 안구가 기증되어 앞이 보이지 않던 이들에게 새 희망을 안겨줬다.

자식을 잃은 부모로서 혈중알코올농도 0.052% 상태서 음주운전을 한 운전자가 미웠을 테고 용서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데 운전자가 군제대후 복학을 기다리는 학생이고,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으로 구속이 불가피하다는 담당 경찰관의 설명을 듣고 젊은이의 장래를 생각해 그를 용서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가정형편이 어려운 운전자의 사정을 감안해 아무런 대가없이 합의를 해준 후 경찰과 검찰까지 찾아가 선처를 부탁했다.

경찰은 피해자 부모의 간곡한 부탁과 운전자가 초범인 점을 들어 검찰에 불구속 지휘를 건의해 받아들여졌다. 또 운전자는 잘못을 반성하면서 피해자 부모의 뜻이 헛되지 않도록 앞으로 열심히 노력해 두 사람 몫의 삶을 살겠다고 다짐했다.

자식에게 피해를 준 가해자를 용서하고, 장기를 기증한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어려운 때 일수록 용기 있는 행동이 필요하다. 정말 어려운 일을 실천으로 옮겼기에 40대 부모가 보여준 아름다운 미담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의 씨앗을 부릴 수 있었다. 그러하기에 모든 일들이 분명 부모의 뜻대로 이뤄질 수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큰 슬픔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에 있는데 왜 세상이 각박하다고만 하는가? 작건 크건 조금씩 욕심을 버리면서 함께 나누면 된다. 어떤 일이건 조금씩 양보하고 이해하면 더 좋은 일이 생긴다. 작고 하찮은 일이더라도 무시하지 않고 관심을 보이면 소중해진다. 미움이나 원망도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더 쉽게 용서할 수 있다.

그러려면 각종 매스컴과 학교에서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데 앞장서야 한다. 매스컴에서는 눈앞의 이익에 눈멀어 아등바등 각박하게 살아가는 인생살이보다 듣기만 해도 가슴이 벅차올라 눈시울이 붉혀지는 아름다운 미담들을 소개하는데 지면과 시간을 많이 할애해야 한다. 어릴 때의 사고가 평생을 살아가는데 지대하게 영향을 주고 있음을 생각해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 이해하고 양보하면서 용서와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학교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