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을 맞아 어린이·청소년들이 미술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획전이 잇달아 마련된다.
서울 신문로 성곡미술관(02-737-7650) ‘미술의 시작 Ⅳ―열린 미술’전, 인사아트센터(02-736-1020)가9월 1일까지 ‘상상 속의 놀이’전을 마련한다.
두 전시 모두 미술작품을 ‘보여주는’ 행위에 그치지 않고 한 작품이 세상에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드러내거나 작품 속에 깃든 정신을 재미있게 표현한다는 점에서 가족 단위 관람객이 볼 만 하다.
우선 ‘미술의 시작’전은 결과 뿐 아니라 미술작품이 태어나는 ‘공정(工程)’을 보여준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 많은 전시가 결과물만 덜렁 보여주기 때문에 더 어렵게 느껴진다는 점을 뒤집은 발상이다.
이를테면 한지를 직접 천연재료로 염색하는 한국화가 정종미씨의 경우는 처음 한지에 콩즙을 들인 누런 상태부터 완성작까지 4단계로 작품이 변하는 과정을 하나씩 작품으로 내놓았다. 마찬가지로 모든 작가들 작품 앞에는 작품에 사용된 재료가 놓여있고, 처음부터 작품이 완성될 때까지의 과정을 3~4단계로 구분해 보여준다. 마치 조립식 장난감을 완성해가는 과정을 그림으로 보여주는 설명서 같은 느낌을 준다.
작가들로서는 캔버스 한 장이면 끝날 작업을 3~4장으로 구분해서 보여주기 때문에 귀찮을 수 있지만, 일반인들로서는 작품의 탄생과정을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맨홀뚜껑, 큰 톱, 나무등걸 등을 탁본한 하동철씨의 작품은 전시장 바닥에 놓인 탁본 대상을 보기 전에는 추상회화로 여겨질 정도로 조형미가 돋보인다.
그 밖에 문경원 박지숙 신경희 이소미 유병훈 유현미 황선구 황인기씨 등이 서양화, 한국화, 드로잉, 비디오, 설치작품 등 자신의 제작 기법을 공개해 어린이 뿐 아니라 청소년·일반인들도 미술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일반 2000원, 학생 1000원.
‘상상 속의 놀이’전은 440여평 전시공간을 활용한 초등학생 대상 대형 기획전. ‘캐릭터 천국’ ‘즐거운 공부방’ ‘상상동물원’ ‘사이버나라’ ‘꿈의 미술실’ 등의 전시실별 이름만 봐도 성격을 짐작할 수 있다.
만화 같은 캐릭터를 모아놓은 방, 포스트잇을 붙여서 만드는 그림 등 일단 신기한 요소들이 많다. 미술과 어린이들의 호기심·상상력의 접점을 전시로 꾸민 셈. 나무 패널에 스테이플을 찍어 장수하늘소를 만들고(이영배), ‘우수수’란 글씨를 무수히 작게 써서 수양버들 가지가 우거진 강가 풍경(유승호)을 만들기도 한다.
또 ‘상상 동물원’에는 머리가 2개 달린 말(양승수 작 ‘1966―말’)과 혀를 쏙 내밀고 웃는 모습의 바둑이(사석원 작 ‘강아지’)가 어린이 관람객을 맞는다. 또 양만기씨의 3차원 홀로그램 작품은 손에 잡힐 것 같으면서 잡히지 않는 환영(幻影)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