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2월 8일)발표된 2006년 교육인적자원부의 주요 업무계획을 처음부터 끝까지 시청한 소감을 피력하고자 합니다. 5년간 8조원을 투입하여 '교육 양극화 해소'에 나선다는 교육부총리의 야심찬 발표는 농촌 교육에 몸담고 있는 현직교사로서 관심이 컸기때문입니다.
주요내용으로는, 1. 교육안전망 구축을 위해 2006년에만 1조3천억원을 투입하여 농어촌의 교육여건 개선 사업의 일환으로 실시중인 '1군1우수고'를 현재의 14개에서 44개로, 내년에는 88개로 늘리는데 1교당 16억원씩 지원하며, '대학생멘토링'제도를 도입하여 서울대생 300여명을 자원봉사교사로 투입하여 관악구와 동작구에 사는 저소득층 및 특수교육 대상 학생 1천여명을 지도한다는 계획이다.
2. 직업교육체제 혁신의 일환으로 1904년부터 사용되어온 '실업계'라는 이름을 '특성화계고등학교'로 바꾸어 '실업'이라는 용어가 주는 낙인효과를 없애고 기업체와 대학, 실업계 고교가 협약을 맺은 뒤 맞춤형 인재를 양성한다는 것이다.
3. 공교육 변화 유도 사업으로는 기존의 학교법인, 종교단체, 비영리법인, 공모 교장, 지방자치단체 등이 교육감과 협약을 맺어 학교를 운영하는 공영형 혁신학교를 내년부터 시범적으로 도입하여 2010년 경까지 전국 20여곳의 혁신도시로 확산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는 설립목적이 특수한 특성화 중,고교 20곳은 일정한 교육경력을 가진 교육공무원, 대학교수, 경영인 등 교장 자격증이 없는 사람도 교장이 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양극화 문제를 '교육 격차 해소'로 가닥을 잡았다는 데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이는 세계경제포럼(WEF)이 주최한 다보스포럼에서도 빈부격차 해소방안으로서 '교육이 양극화 해소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제시된 바 있으며, 명심보감에도 '책을 읽는 것은 집안을 일으키는 근본'이라며 교육의 힘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언론보도를 보면 최상위 계층의 월평균 교육비 지출이 200만원은 기본이며 방학 중에는 그 두배를 넘는 것으로 빈곤층과의 격차는 갈수록 심각합니다. 특히 지금과 같은 저성장과 일자리 부족과 같은 상태에서 피해를 보는 것은 역시 빈곤층이나 소외계층이니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한 일입니다. 이제 정부가 나서서 2006년을 '교육 양극화 해소' 의 원년을 삼으며 적극적인 자세로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가시적인 효과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이유는 교육이 이루어지는 가장 기초적인 유아교육이나 초등교육에 대한 투자를 찾을 수 없다는 점입니다. 초등학교 단계에서부터 벌어진 교육격차는 고등학교에서 잡아주기에는 무리라고 보기때문입니다. 특히 날로 황폐화되어가는 농산어촌교육에 대한 투자와 배려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1군 1우수교'에만 집중투자 되는 계획이니 다른 고교는 경쟁에 밀려 폐교되거나 통폐합의 길을 걷게 되리라는 것은 불을 보는 뻔한 일이 아닐까요?
지금도 농산어촌의 작은 학교들은 교육시설 투자에서 밀리고 도시학교로 빠져나가는 학생수 부족에 허덕이며 고사지경에 빠져 있음을 상기한다면, 양극화 해소를 위한 방안은 농산어촌의 교육 투자가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지난 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컬럼비아대 스타글리츠 교수가 주장한 교육투자 방법에 공감합니다.
그는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교육에 대한 투자"라며 "정부가 진짜 신경 써야 하는 일은 저소득층 자녀들에게 좋은 교육 시스템을 제공하는 일이라며 "가장 간단한 교육 개선 책은 방학을 없애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전세계 저소득층 자녀들에게 나타나는 공통적인 현상은 방학이 길면 학업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부유층 자녀들은 방학 중 과외를 받거나 학원에 다니지만, 저소득층 학생들은 3개월를 허송한다"는 논리입니다. 이런 식으로 12년 동안 방학에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면 격차가 벌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 때문에 그는 "방학 기간 중 정부가 예산을 들여서라도 저소득층 자녀들에게 무료로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현재 초등학교에서도 이와 같은 취지아래 방학중 기초기본 학력 보충반의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기간도 짧고 그 대상도 일부에 그치고 있습니다. 경험에 비추어 보아도 방학을 지나고 오면 아이들의 학습태도나 발표력, 과제수행능력이 후퇴하여 다잡아 주는데 한달 이상이 걸립니다. 겨우 학습에 속도가 붙을만하면 다시 방학에 돌입하는 악순환을 12년 동안 되풀이하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교육을 통한 양극화 해소방안은 가장 원론적인 곳에서부터 재출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농산어촌 교육을 살리는 일, 저소득층 자녀에게 방학중 특별 보충학습을 지원할 수 있는 예산을 배정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하여 교육의 결과적 평등, 보장적 평등, 수평적 평등을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계획은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양극화를 해소하는 근본적인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중소도시의 빈민층 자녀들과 농산어촌의 저소득층 자녀들이 12년 동안 국가의 배려를 받으며 억울함이 없는 '교육 기회의 평등'으로 혜택을 누리며 자신감을 회복하고 미래에 희망을 갖게 하는 '양극화 해소방안'을 위해서는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리라 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우선 당장 썩어들어가는 말단 신경세포를 살리는 일이 급선무라는 생각으로 이 글을 올립니다.
교육 현장의 반대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추진되는 '자격증 없는 공모제 교장제'와 같은 톡특 튀는 정책보다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는 근본대책, 표가 안나지만 멀리 내다보는 정책을 기대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