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에 올라온 글 들을 다시 한 번 찬찬히 읽어 보았다. 그 내용을 보면 졸업식, 정든 아이들과의 이별, 종업식, 송별연, 발령, 퇴임식 등이어서 만남 보다는 헤어짐, 기대와 희망보다는 후회, 회한, 시작보다는 마무리 등의 내용이 유달리 많았던 달이었던 것 같다.
종업식이 끝난 후 일주일간 새 학기를 준비하면서 책꽂이에서 잠자던 책과 자료들을 하나하나 꺼내어 읽어보았다. 종이는 누렇게 낡았는데 모두가 새로운 내용으로 다가왔다. 아이들에게 북한의 실상에 대한 자료를 제공하기 위해 신문이나 잡지에서 오려 놓았던 스크랩 자료, 월별 환경구성 책, 인성자료의 실례로 좋은 글을 모아 놓은 글, 학급운영 아이디어를 모아놓은 책, 탐구평가놀이를 위한 책, 악보 등을 펼쳐 가며 새로 맡게 될 학급을 그려보았다.
정들었던 이들과의 이별과 미처 다하지 못한 일이나 결과가 좋지 않았던 일에 대한 후회 등으로 쓸쓸했던 기분이 갑자기 밝아지면서 ‘희망의 노래’가 어디선가 들려오는 듯했다. ‘그래, 맞아. 새로운 세계가 다가오고 있어.’란 생각이 들면서 잘 정돈된 새로운 교실이 눈에 들어왔고 새로 부임하시는 교사들의 기대에 찬 눈빛, 나를 바라보는 활짝 웃는 아이들의 얼굴이 그려졌다.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교사란 직업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마움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그 어느 직업이 이와 같을 수 있겠는가? 어느새 입으로 노래가 흘러나왔다. 그 어느 악보에도 없는 희망과 기쁨의 노래였다. 흥얼거리는 노래는 바로 지금 이 순간 내 마음에서 만들어져 입으로 나온 노래였던 것이다. ‘아, 아이들에게 이 노래를 부르게 하자, 마음의 소원을 기쁨의 노래로 부르도록’
오늘은 마침 일 주일에 한번씩 가서 청사 안재화 선생님으로부터 붓글씨를 지도받는 날이었다.
선생님을 만나자 마자 “선생님, ‘마음에 소원을 품고 기쁨의 노래를 부르자!’ 란 내용의 글을 좀 써 주세요”라고 부탁드리니 붓을 잡으시고는 일필휘지로, ‘心所願憙歌爲’라고 쓰셨다.
2006학년도에 새롭게 맡게 될 아이들과 부를 노래를 상상해 본다. 작은 가슴에 저마다 소원을 갖고 부르게 될 큰 노래들이 벌써 들리는 것 같다. 적어도 올 한해만큼은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하는 학급경영을 해보리라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