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쿼터 축소에 항의하는 영화인들의 1인시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영화배우 안성기, 박중훈 씨에 이어 장동건 씨도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1인시위에 나섰다가 2천여 명의 시민들이 몰려드는 바람에 국회 앞으로 장소를 옮기는 일까지 있었습니다.
이때 장동건 씨의 손팻말('피켓'의 순화용어)을 보셨는지요? 거기에는 '스크린쿼터의 친구가 되어주십시요. 세계에 태극기를 휘날리겠습니다'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이 글귀를 보는 순간, 저도 모르게 얼굴이 확 달아오르며 부끄러워졌습니다. '되어주십시요'는 틀린 표현이었기 때문입니다.
'되어주십시오'로 고쳐야 합니다. '주십시오'는 '주다'의 어간 '주-'에 합쇼체 종결 어미 '-ㅂ시오'가 결합한 것입니다. '주세요, 해요, 먹어요' 등에 쓰이는 보조사 '요'는 높임의 '-시-' 다음에 바로 결합할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보게 되는 '어서 오십시요', '안녕히 가십시요', '참고하십시요', '수고하십시요' 등은 모두 맞춤법에 어긋난 표현입니다. 우리말에서 종결어미는 '-요'가 아니고 '-오'이기에 '어서 오십시오', '안녕히 가십시오', '참고하십시오', '수고하십시오'라고 해야 올바른 표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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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와 '~이요', 어떻게 다른가요? 한글맞춤법 제15항을 보면, 종결형에서 사용되는 '-오'는 '요'로 소리 나는 경우가 있더라도 그 원형을 밝혀 '오'로 적는다. (ㄱ을 취하고, ㄴ을 버림)
ㄱ | ㄴ |
이것은 책이오. | 이것은 책이요. |
이리로 오시오. | 이리로 오시요. |
이것은 책이 아니오. | 이것은 책이 아니요. |
연결형에서 사용되는 '-이요'는 '이요'로 적는다. (ㄱ을 취하고, ㄴ을 버림)
ㄱ | ㄴ |
이것은 책이요, 저것은 붓이요, 또 저것은 먹이다. | 이것은 책이오, 저것은 붓이오, 또 저것은 먹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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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책이오', '이리로 오시오'에서 밑줄 친 부분은 각각 [채기요], [오시요]로 소리 나지만, '책+이(서술격 조사)+오', '오+시(높임을 나타내는 선어말 어미)+오'와 같이 종결어미 '-오'가 사용된 경우이므로 소리 나는 대로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붓이요, 저것은 먹이다.'에서는 종결어미 '-오'가 아니라 두 문장을 연결해 주는 어미 '-이요'가 쓰인 것이므로 소리 나는 대로 적습니다.
이렇게 명확한 규정에도 많은 사람이 '-이오'와 '-이요'를 혼동하는 데에는 비격식체인 '해요체'의 영향이 큽니다. 우리말에는 격식체로 '아주높임(하십시오체 : -습니다, -ㅂ시오, -ㅂ니까)', '예사높임(하오체 : -오. -소), '예사낮춤(하게체 : -네, -게, -나)', '아주낮춤(해라체 : -는다, -어라, -느냐)'이 있고, 비격식체로 '높임(해요체 : -요)', '낮춤(해체 : -어, -지, -는가)'이 있습니다.
그러나 서구화의 영향인지, 민주화의 반영인지 점점 '합쇼체(하십시오체)'와 '하오체'는 사라져가고 대신 반말인 '해체'와 그것의 높임형인 '해요체'가 넘쳐나고 있습니다. 일례로 예전에는 남학생들은 선생님께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를 했는데, 요즘은 여학생들처럼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합니다.
"청자를 높이는 상대 높임법 가운데 '해요체'가 있습니다. 이 높임법은 '합쇼체', 즉 '-습니다'와 달리 격식적인 자리에서는 잘 쓰지 않습니다. 일례로 군대에서는 이 높임법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곧 '합쇼체'는 격식적인 말인데 비해 '해요체'는 비격식적인 말로 분류합니다. 대신 그만큼 인간적인 거리가 가까운 경우에 쓰이므로 '합쇼체'보다는 친근감이 있습니다. 남자보다는 여자가 더 많이 사용한다는 점에서 여성적인 화법입니다. 이 높임법은 빠른 속도로 사용빈도가 늘었습니다. 그래서 외국인에게 복잡한 등급의 높임법을 가르칠 것 없이 반말인 '해체'와 '해요체'만 가르치면 충분하다는 반 농담 섞인 이야기가 들릴 정도입니다." (창원대 허철구 교수)
점점 많이 사용하는 '해요체'로, 격식체와 비격식체의 근간이 흔들리고, 덩달아 '-이오'와 '-이요'의 쓰임까지 혼란스러워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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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 '-이오'와 '-이요'가 자꾸 헷갈립니다. 다음 중 어떤 것이 맞는지요?"
- 당신은 왜 그 야단이요? / 이오?
- 생각하면 불쌍한 아이들이 아니요? / 아니오?
답변 : '요'는 문장 끝에 붙어 쓰이는 특수한 조사입니다. 물론 어미로 쓰이는 '-요'도 있기는 하지만 이것은 절과 절을 이어주는 연결어미이고, 문장 끝에 올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오'는 문장 끝에 올 수 있는 종결어미이므로, 어간이나 선어말어미 뒤에 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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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왜 그 야단이요?'는 '이다'의 어간 '이-'에 조사 '요'가 붙은 것이 되므로 틀린 것입니다. 이때에는 어미인 '-오'가 쓰여야 합니다. 즉 '야단이오?'가 맞습니다. '생각하면 불쌍한 아이들이 아니요?' 역시 같은 이유로 '아니오?'가 맞습니다. 대답에 쓰이는 '아니요'는 '아니'라는 감탄사에 조사 '요'가 붙은 것이기 때문에 '아니요'가 맞습니다. '-오'는 어미이므로 감탄사 뒤에 쓰일 수 없습니다. '-오'와 '요' 앞에 오는 말의 문법적 성분이 무엇인가에 따라 결정됩니다."
국립국어원의 홈페이지에 올라온 한 질문과 답변입니다. 우리말에서 서술격 조사 '이-' 다음에 보조사 '요'가 바로 결합한 형태인 '이요'는 종결형으로 쓸 수 없습니다. 또한 '이것은 공책이요, 저것은 연필이요, 그것은 책입니다'와 같이 사물을 열거할 때에 쓰인 '이요'는 종결형이 아닌 연결형 어미로 씁니다.
그래도 보조사 '-요' 때문에 어렵다고요? 보조사 '-요'가 문장 끝에 올 경우에는 앞말이 문장을 끝맺는 종결어미로 끝나야 합니다. '나는 차가 없어요', '봄이 오니 새싹이 돋는군요', '어서 병원으로 가지요' 등이 그 예입니다.
물론 보조사 '요'도 체언에 직접 연결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는 문장의 끝에 오지 않아야 합니다. 따라서 '철수요', '영희요'에 나오는 '요'는 '이오'의 준말로 보는 것이 맞습니다. '-요'가 '-이오'로 줄어든 경우는, 일반적으로 묻는 말에 대한 대답이 아니라 앞에 언급한 내용에 대해 다시 확인을 하기 위한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후문으로 나가야 한다. 알았니?'라고 하는 말에 '정문 말고 후문요?'라는 반응을 보이는 상황에서 쓰입니다. 또한 '지난해 몇 월에 제주도 갔지요? 10월요', '너 지금 어디 가니? 도서관요'처럼 체언의 받침 유무와 관계없이 보조사 '요'를 종결형에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우리말이 쉬워 보이지만 조금만 깊이 들어가면 결코 쉽지 않습니다. 한글이 쉽다고 맞춤법이나 우리말 전체가 쉬운 것은 아닙니다. 외국어 못지않게 우리말을 심도 있게 공부해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말 그까짓 것 우습지!" 하며 무심코 넘기지 말고 모국어인 우리말부터 제대로 구사합시다.
그리고 영어의 철자나 발음을 틀리면 무척 창피해하면서도 우리말 우리글을 틀리는 것에 대해서는 당당한 사람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그 사람에게 묻고 싶습니다. "당신은 어느 나라 사람입니까?"
우리말과 우리글을 쓸 때 가급적 교양 있고 품위 있게 구사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비격식체에서 격식체로 도약하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격식체에서 비격식체 전락하고 있는 오늘의 언어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대한민국은 경제대국 못지않게 문화대국을 꿈꾸어야 합니다. '천민자본주의'라는 불명예를 언제까지 안고 가시렵니까? 우리 국민의 노력에 따라 우리말이 난초도 되고 잡초도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