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정말로 난감하네. 아이들의 생리 일자까지 파악해야 합니까?” “여학생들의 건강을 위해서 필요하다는 것은 인정하겠지만, 이거 원 날짜까지 파악하라는 것은 좀 심하네.”
인권위 권고에 따른 여학생들의 생리출석 인정에 대한 연수가 있고 난 뒤 일부 선생님들은 어이가 없는지 저마다 어려움을 하소연 했다. 다들 여학생들의 건강상의 문제를 감안한다는 취지에 대해서 왈가왈부하지는 않았지만, 그 시행 방법과 절차 면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들이 드러날 수 있음을 염려하는 눈치였다.
“어떻게 여학생들의 생리 일자까지 정확하게 파악해서 출석에 반영하라는 건지 이해하기 어렵네. 그것도 일부 병원에서 확인을 거쳐 출석에 반영하라니….” “맞아요, 아이들의 건강을 염려하는 면에서는 이해가 가지만, 그 확인절차라든지 출석여부의 반영 문제 등에서 문제가 심각할 것 같아요.” “핑계 삼아 결석을 일삼는 아이들도 있을 건데, 어떡할지?”
학교 현장에서는 학생들이 인권을 위한다는 점에서 이번 권고가 바람직하다는 점에 동의하지만, 정작 여학생들의 생리 일자를 인정해 출석에 반영하기 시작한다면 여러 가지 부작용이 생겨날 것이라고 다들 걱정 반 염려 반의 목소리를 내었다.
특히 성적과 관련된 고의적인 결석이 있다면 이건 사사로이 넘길 수 없는 문제의 소지가 될 것이 분명했다.
“일부 아이들은 그것을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기간에 교묘하게 이용할 수도 있을 건데, 벌써부터 걱정되네요. 그렇지 않아도 아이들 성적 때문에 시끄러운 판에….” “그렇다고 시대적인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잖아요. 아이에게 병원에서 진단서를 발급받아 오게 하고 거기에 따라 처리하는 수밖에.” “아이들이 특정 고사에 시험을 잘 치면 다음 시험에 그것을 이용해 결석을 한다면 이건 분명 문제가 될 수 있지 않아요.” “이제까지 학교 현장에서 별 문제 없이 잘 해왔는데, 굳이 그런 시책을 내놓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어.”
쉽사리 납득을 하시지 못하겠다는 일부 선생님도 있었다. 이제까지 교사 생활을 해 오면서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새삼 문제 삼는 지 이유를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또 한편으로는 학생들의 인권을 옹호한답시고 자칫하면 인권을 침해하는 경우도 생기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이거 원 다 큰 아이들의 생리 일자를 파악하다가 자칫 성추행으로 몰리지는 않을까 두려워.” “선생님도, 그런 말씀 하시지 마세요. 무서워요.”
물론 반농담조의 말이었지만 자칫 방법이나 절차상에서 잘못을 범할 수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학생들의 인권이나 건강을 위하자고 한 것이고 도리어 그들의 인권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요즈음 다들 인권옹호에 관심들이 많다. 그동안 비교적 사회적 약자의 축에 들어간다고 볼 수 있는 여러 계층의 인권옹호에 나라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합리적이면서도 사회적인 약자층들을 배려하는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라 내심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일은 단기간, 그리고 한순간에 성취될 수는 없다. 정책을 입안하고 결정하는 이들이 좀 더 전문성과 실제 현장의 모습을 제대로 갈피 지을 수 있는 시각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일선 학교 현장의 여학생들의 건강 문제를 심각하게 제기하고, 그리고 그 문제의 결과를 공론화시켜 가는 것에 분명 일말의 비판이 개입할 틈이 없을 듯 하다. 하지만 정작 학교현장의 모습을 무시한 채 일방적인 정책의 시도와 전개는 자칫 인권옹호에 앞서 학교 현장의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여학생들의 건강상의 문제를 제대로 학교현장에서 파악하고, 그리고 그들의 인권을 제대로 지켜 주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학교 현장에 실질적인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보건교사를 두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듯 하다.
성폭행, 성추행이다 해서 요즈음 나라가 그 문제로 시끌벅적하다. 비약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칫 인권 옹호가 혹시나 인권 침해로 문제되어 학교 현장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들리지는 않을지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