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2024.11.14 (목)

  • 맑음동두천 10.9℃
  • 구름많음강릉 16.0℃
  • 맑음서울 14.0℃
  • 맑음대전 13.2℃
  • 맑음대구 13.6℃
  • 구름많음울산 17.4℃
  • 맑음광주 14.1℃
  • 맑음부산 19.2℃
  • 맑음고창 11.3℃
  • 맑음제주 19.9℃
  • 맑음강화 12.4℃
  • 맑음보은 11.3℃
  • 구름조금금산 7.5℃
  • 맑음강진군 15.9℃
  • 구름조금경주시 14.7℃
  • 맑음거제 17.0℃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교단일기

공교롭게도 수업이 모두 5교시에만 쪼르르 몰려있는 반이 있다.

나른한 오후, 식곤증과 함께 쏟아지는 졸음을 쫓느라 애쓰는 아이들이 안쓰럽다. 깨어있는 학생들도 비몽사몽이기는 마찬가지. 아무리 교탁을 치며 깨워도 그때뿐, 돌아서면 다시 꾸벅꾸벅 졸기 시작한다. 이럴 땐 어쩔 수 없이 고육지책으로 들려주는 것이 내 첫사랑 얘기다.

"선생님이 대학 다닐 때 짝사랑하는 여인이 있었지."

이 말 한 마디에 연신 머리방아를 찧던 녀석들의 눈동자가 갑자기 초롱초롱해진다.

"같은 과여학생이었어. 음~,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아마 첫사랑이었던 것 같아. 아기처럼 연한 피부에 까맣고 기다란 속눈썹이 아주 매력적인 여자였어. 그래, 요즘 유행하는 말로 얼짱이었지. 그녀 주위를 하염없이 맴돌며 가슴앓이를 하다가 드디어 고백하기로 했어. 난생 처음으로 비싼 장미꽃을 샀지. 그리고 예쁜 봉함엽서에 편지를 썼어. 그리곤 그녀의 생일날 학생회관 지하에 있는 커피숍에서 그녈 만났어. 안개꽃과 장미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꽃다발을 그녀에게 건네며 어렵게 말문을 열었지. 저...."

한참 이야기가 무르익어 갈 무렵 갑자기 "선생니임~" 하며 벌떡 일어서는 녀석이 있었다.

"왜?"

그러자 다른 아이가 얼른 "재, 사오정이요." 한다. 와하하 터지는 웃음. 이처럼 가끔 엉뚱한 질문을 잘 해서 별명이 사오정일 터였다.

"왜 그러는데?"
"선생님,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화장실은 왜?"
"똥이 마려워서요."
"뭐야? 이 녀석아 이렇게 중요한 순간에 꼭 똥 얘기를 해야겠어?"
"하도 급해서 그만……. 선생님 죄송해요."
"쯧쯧……. 그래 알았어. 급하면 그럴 수도 있지. 빨리 갔다와."

갑자기 출연한 사오정 녀석의 구린 얘기 때문에 내 첫사랑 무드가 깨지고 말았다. 이래저래 5교시 수업은 정말 힘이 든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