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아이들과 만난지 4주가 되었다. 한 명, 한 명 참으로 귀엽고 사랑스런 아이들! 이제 어느 정도 아이들의 성격을 파악한 상태이다.
우리 학급에 멋지게 생긴 얼굴에 깔끔한 용모를 한 Y란 남자아이가 있다. 벌써 두 번이나 울었는데 눈물을 뚝뚝 흘리며. 어깨를 들먹거릴 정도로 흐느껴 울곤 하였다. 그런데 우는 동기를 보면 그다지 이유가 될만한 것이 아니어서 Y가 어떤 성격의 어린이일까 항상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Y가 울었던 두 번의 일을 소개하면, 한 번은 쉬는 시간에 어떤 아이가 손으로 Y의 목 부분을 툭 치게 되었는데 아프냐고 물으니 아프지 않다고 하면서 한참동안 울었고 또 한 번은 급식시간에 소시지 튀김 배식을 받았는데 앞에 서있던 아이가 잘못하여 자기 식판에서 튀김이 떨어졌다고 우는 것이었다. 선생님 것을 줄테니 울지 말라고 하여도 받지 않겠다고 떼를 쓰며 어깨를 들먹이며 점점 더 슬프게 우는 것이 아닌가?
오늘 그 울만한 이유를 알게 된 일이 있었다.
둘째시간이 끝나고 쉬는 시간에 교무실에 잠깐 내려간 사이, 몇 명의 아이들이 교무실에 쪼르르 와서. “선생님, Y할머니께서 오셨어요.”하여 얼른 교실로 가보니 내용물을 알 수 없는 가방을 어깨에 멘 Y할머니께서 서 계셨다. 할머니께서는 고개를 깊이 숙여 인사하며 “선생님, Y할미라요. Y가 우리 작은 아들 친손자입니다. Y의 엄마는 어디 멀리 갔어요.”하시는 것이 아닌가? 어머니 얘기는 꺼내지도 않았는데 할머니께서 먼저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어디 이와 비슷한 경우가 한 두 번인가? 할머니께서 왜 오셨는지 금방 알아차렸다. “어머니는 언제부터 멀리 가셔서 안 오시나요?”하니 ‘2년 전’부터 라고 하시며 “선생님, 우리 Y좀 잘 가르쳐 주세요. Y에게 아무리 잘해줘도 이 할미가 채워줄 수 없는 부분이 있어요.” 하셨다. 그리고는 가방을 교실바닥에 내려놓으셨다. 가방을 메고 계서도 내용물이 무엇인지 몰라 내려놓으시라는 말도 못하였는데 가방에서 꺼내는 봉지에 담긴 내용물을 보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1.5리터 패트 음료수 두 병과 100밀리리터 음료 10개가 들어있는 박스였다.
순간 이 무거운 가방을 메고 계셨던 할머니에게 얼마나 미안한 마음이 드는지. 조금 더 말씀하시고자 하는 할머니를 수업이 있어 보내드렸는데 마음속에 얼마나 많은 말을 남겨두셨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할머니가 가시고 난 후 Y를 바라보았다. 어머니의 가출로 2년 전부터 갑자기 할머니께서 맡게 된 3남매(Y의 위로 중, 고생)의 어린 마음이 어머니로 인하여 얼마나 상처를 많이 받았을까? 할머니의 말씀처럼 할머니가 아무리 정성껏 보듬고 키워도 채워줄 수 없는 부분, 그 부분은 아마 별 것 아닌 작은 일들을 웃음으로 넘기며 슬프게 눈물을 흘리지 않게 해주는 솜처럼 포근하고 푹신푹신한 엄마의 품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