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2024.11.20 (수)

  • 구름조금동두천 7.3℃
  • 맑음강릉 11.6℃
  • 흐림서울 8.5℃
  • 흐림대전 9.3℃
  • 구름많음대구 11.5℃
  • 구름조금울산 10.0℃
  • 구름많음광주 11.1℃
  • 구름조금부산 12.2℃
  • 흐림고창 9.7℃
  • 흐림제주 13.0℃
  • 구름조금강화 5.9℃
  • 흐림보은 9.0℃
  • 구름많음금산 9.0℃
  • 흐림강진군 12.2℃
  • 구름조금경주시 10.9℃
  • 구름많음거제 11.7℃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현장

"누가 나를 좀 안아주세요"

연극 '사랑을 주세요'…가족 간 사랑 일깨워


최근 개막한 연극 '사랑을 주세요'(김순영 번역·연출)는 복고적 향수를 느끼게 한다. 닐 사이먼의 'Lost in Yonkers'(91년작)를 원작으로 하는 번역극인 데다가, 정통 리얼리즘 연극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음에랴…. 창작극과 실험성 짙은 작품들이 주류인 요즘 대학로에서 이런 공연은 드물게 찾아볼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0년대, 인종차별로 핍박받다 미국 소도시로 이민 온 어느 유태인 가족의 고통스런 삶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나이든 어머니를 멀리하던 에디는, 아내가 세상 떠나자 두 아들을 잠시 어머니 집에 맡긴다. 초등학생인 두 아이는 말로만 듣던 '무서운 할머니'의 집에서 긴장된 생활을 시작한다.

가족들은 한결같이 비정상적 인물들이다. 어머니는 평생 역경을 헤쳐나가며 살다가 '강철군함'처럼 단단해진 노인이다. 정신박약아인 딸 벨라는 어머니의 강한 훈육에 반발해 마찰을 빚고 있다. 또 다른 딸 거트는 발성장애자다. 둘째 아들은 갱단 일원으로 떠돌면서 늘 쫓긴다. 이 못난 어른들 틈바구니에서 어린 형제는 세상 떠난 엄마와 지방을 떠도는 아빠에 대한 그리움을 삭히며 힘겹게 지낸다. 가족 간 갈등은 끊이지 않지만, 에디가 가족 곁으로 돌아올 때쯤엔 식구들끼리 마음의 거리는 한 발짝이라도 가까워 져 간다.

소동이 그칠 새 없는 '콩가루' 집안의 풍경은, 역설적으로 가족 간 사랑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웅변한다. 암흑가에서 쫓기다 집에 온 둘째 아들 대사를 통해 연극은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은 가족끼리 사는 집이란다"라고 말한다.

TV를 통해 친숙한 이정섭, 김정균, 노현희 등의 배우를 만날 수 있는 연극 '사랑을 주세요'. 소극장 무대에서 너무 높은 목청의 대사가 조금 불편하기는 했지만 "사랑을 만나고 싶어요…. 누가, 누가 나를 좀 안아주세요"라고 외치는 정신박약아 벨라의 절규 대목에서 관객들은 배우와 공감대를 형성하며 눈시울이 살짝 축축해진다. 나를 안아 주고, 나에게 사랑을 줄 수 있는 자. 당신의 이름은 '가족'임을 새삼 깨달으면서….

9월15일까지 대학로 창조콘서트홀. 단체 관람 문의 011-217-4269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