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두번째 토요휴업일인 25일, 학기초라 처리해야 할 업무가 있어 학교를 찾았다. 학교에 도착한 시간이 오전 9시경, 교무실에 들어서기 위해 문앞에 도착했다. 작은 창문 안으로 들여다 보이는 교무실은 평소와 달리 일부만 훤하게 보였다. 전체가 밝게 보이던 평소의 모습과는 좀 다르게 느껴졌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안녕하십니까? 휴업일인데 어떻게 나오셨습니까?' 교감선생님이 형광등 불빛 아래에서 먼저 말씀 하셨다. 그러고 보니 교무실에는 교감선생님과 교무보조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나머지는 텅비어 있는 상태였다. '할일이 좀 있어서 나왔습니다. 토요휴업일인데도 이렇게 일찍 나오셨군요. 좀 쉬셔야 할텐데...'
'토요휴업일이 되면 교감은 더 철저히 근무를 해야 합니다. 의외로 토요휴업일에도 학교에 문의 전화가 많이 걸려 옵니다. 아마도 토요 휴업일이 있는 것을 잘 모르는 일반인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학부형들의 전화도 많이 옵니다. 그러니 교감이라도 나와서 근무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이런 말씀을 듣자니 왠지 죄송스럽고 송구스러운 마음이 앞서서 더이상 이야기를 하기가 어려웠다.
사실 며칠전 부장회의에서 교감선생님이 이런 이야기를 했다. '작년에는 한 달에 한 번 휴업일이 있어서 교감 혼자서도 다 해결을 할 수 있었는데, 올해는 한 달에 두 번이라 모든 휴업일을 교감이 근무하기 어려운 경우도 생길것 같아요. 왜냐하면 저도 가끔은 일이 생길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더라도 일단은 토요휴업일에 교감이 근무하는 것으로 하고 교감이 무슨 일이 생기면 부장선생님들이 좀 도와 주세요. 일반교사들에게 돌아가면서 근무하라고 하는 것도 좀 그렇고 해서요.'
부장선생님들은 모두 좋다고 했었다. 이런 이야기를 교감이 했지만 아주 대단한 일이 아니면 쉽게 부탁을 할까 하는 생각을 했다. 결국은 교감선생님은 토요휴업일에도 근무를 해야 할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다른 일반 교사들에게 근무토록 하는 것은 교감선생님이 하지 않을 것이다. 당신이 조금 수고하면 다른 모든 선생님들이 편하게 지낼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이다.
그렇게 학교에서 오전 시간을 다른 방에서 보내고 오후 1시경에 다시 교무실에 들렀다. '아니 아직까지 퇴근 안하셨어요?' '교감선생님도 퇴근 안하셨네요?' '저는 1시까지는 있어야 할 것 같아서요.' '교감선생님 지금이 1시네요.' '벌써 시간이 그렇데 되었네요. 이 선생님 먼저 가세요. 저는 조금 더 있다 퇴근할게요.'
교무실을 나서는데, 왠지 마음이 무겁게 느껴졌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토요휴업일은 과연 교감의 천국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