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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열정'만으로는 안되는 것이 '교육'

서로가 바쁘게 지내다보니 동료교사들과 편안하게 이야기할 기회가 거의 없는 것이 요즈음 학교의 현실이다.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소원해지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특히 학기초에 처리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는 것은 모든 학교들의 공통적인 현실일 것이다.

그래도 학교이야기며 각 부서의 일들을 이야기할 수 있는 때가 있긴 있다. 바로 점심식사 시간이다. 일주일 내내 이어지긴 어렵지만 그래도 일주일에 1-2회 정도는 함께 식사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식사시간이 즐거운 것은 교사나 학생이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다.

점심시간이면 늘 식당 입구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것이 일상인 요즈음이다. 어느 정도 질서가 잡히면 늦은 점심식사를 한다. 항상 열심히 식사지도를 함께하는 지긋하신 체육부장이 있다. 그렇게 함께 식사지도를 하지만 식당에서 마주치기는 쉽지 않다. 4교시 수업의 유·무에 따라 만날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랫만에 같은 식탁에 앉게 되었다.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올해 신규로 발령받은 체육교사 이야기가 나왔다. 이들은 모두 여교사이고 두 명이다. '운동장에 어떻게 라인(선)을 긋는지, 바톤터치는 어떻게 하는지 알려줍니다. 그래도 잘 안따르더군요. 토요일에 미리 운동장에 라인을 긋고 귀가합니다. 한마디로 경험이 부족한 탓이지요.' 무슨말인가 의아해 하고 있는데 이야기를 계속했다.

'바톤을 넘겨주려면 넘겨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방향이 맞아야 합니다. 넘겨준 사람이 한쪽으로 비켜서기 편한 쪽으로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반대로 주면 서로 부딪치는 경우가 생기거든요. 또 토요일에 운동장 라인을 그어 놓으면 일요일에 인근 주민들이 운동을 하기 때문에 모두 지워집니다. 월요일에 와보면 황당하기 그지 없습니다. 월요일에 일찍 와서 긋는 편이 훨씬 더 효율적이지요.'

듣고보니 맞는 말이었다. 토요휴업일이나 일요일이 되면 인근주민들이 운동을 즐기는 곳이 학교 운동장이다. 그러니 라인을 그어 놓아도 그것이 그대로 월요일 까지 견딜리가 없다. '그래서 제가 라인을 월요일에 좀 일찍 나와서 긋는 편이 훨씬 더 좋다고 했습니다. 그랬는데도 이유를 묻지 않고 그냥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생각했습니다. 경험을 쌓게 되면 차차 이해를 할 것이라고.'

그러면서 그 선생님은 한마디를 덧붙였다. '제가 30년이상 교직에 몸담아 왔는데, 우리 교직은 열정만으로는 절대 좋은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아무리 열정적이라도 학생들이 안따라주고 주변 여건이 안따라주면 아무 소용이 없더라고요. 오랜 경험이 매우 중요합니다. 신규교사들이 이런것을 느끼고 정말로 훌륭한 교사가 되기 까지는 시간이 걸릴것입니다. 젊다고 모두 유능하고 교육잘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경험보다 소중한 재산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식사를 마쳤다. '열정만 가지고는 안된다.'는 그 이야기를 되새기면서 자리로 돌아왔다. '젊고 유능한 교사'라는 표현을 흔히 사용한다. 그러나 그것은 검증되지 않은 논리이다. 젊다는 것과 유능하다는 것은 분리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 이유는 '열정만 가지고는 안되는 것이 교육'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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