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교시 수업을 마치고 교무실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요? 제 책상 옆에 교복을 입은 녀석들이 서있는 것입니다. 분명히 어디서 본듯한 얼굴인데, 교복을 입고 있어서 더욱 혼란스러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한 녀석이 능청스럽게 인사를 했습니다.
"응, 그래"
무심결에 대답을 하고보니 뭔가 개운치 않았습니다. 그런데 순간 머릿속을 스치며 지나가는 생각. '앗차' 바로 작년에 담임을 했던 우리반 녀석들 이었습니다.
"야, 너희들 이게 웬일이야. 그리고 이 교복은 또 뭐니"
놀라는 담임의 얼굴이 재미있는 듯 저희들끼리 키득거리고 있었습니다.
"얼마전에 친구들끼리 만났는데, 선생님이 보고 싶다고 했어요. 그런데 선생님과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만날 수 있을까로 고민하다고 한 아이가 '만우절 날'에 교복을 입고 선생님을 찾아뵙자고 했어요. 죄송합니다."
"어, 그랬구나. 선생님은 너희들 교복 입은 모습이 더 보기 좋은데"
잠시나마 긴장했던 마음이 풀리니 한결 여유로워졌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졸업한 녀석들이 궁금했는데, 이렇게 교복까지 입고 찾아왔으니 더 할 나위없이 고마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복을 입은 대학생 제자들과 한참 동안이나 수다를 떨다보니 아쉽게도 헤어질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중간고사가 코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에 시험준비를 하기 위해서 다시 학교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고향을 떠나서 낯선 곳에서 공부하는 것만으로도 힘들텐데, 담임을 잊지 않은 녀석들의 정성이 때마침 내리는 봄비에 닿아서 메마른 일상을 촉촉하게 적셔준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