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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만우절 교복입고 찾아온 제자들


4월 1일 만우절. 사전에 홍보를 한 탓인지 예전에 비해 차분하게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1교시 수업이 끝난 뒤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수업을 마치고 교무실로 내려오자 교무실 앞 복도에 화장을 한 여학생들과 머리를 염색한 남학생 여러 명이 주위를 서성거리고 있었다.

더욱이 놀라운 것은 모든 학생들이 교복을 입고 있는 것이 아닌가. 가까이 다가가자 몇 명의 학생들은 낯이 익어 보였다. 그 아이들은 다름 아닌 올해 졸업하여 대학생이 된 제자들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한 명의 여학생이 다가와 꾸벅 절을 하는 것이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 OO입니다. 기억하시죠?"
"그래, 오랜만이구나. 그런데 웬 교복이니?"

"저 대학 그만두고 다시 고등학교에 복학하려 왔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니? 복학이라니?"

그때까지 나는 오늘이 만우절이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무엇보다 그 아이의 표정이 너무나 진지하여 그 말이 진실처럼 여겨졌다.

"선생님 수업을 다시 듣고 싶습니다. 허락해 주십시오."
"도무지 무슨 말인지 모르겠구나."

그러자 옆에 서 있던 한 아이가 내 표정이 너무 우스워 보였는지 키득거리며 웃기 시작하였다. 그제야 나는 오늘이 만우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오늘이 만우절이라서…."
"이 녀석들이 그래도 그렇지. 선생님을 속여?"

아이들에게 야단을 치기는 했지만 그렇게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누구의 생각인지는 모르지만 고등학교 학창시절이 그리워 교복을 입고 선생님을 찾아 온 아이들의 행동은 잔잔한 감동을 주기도 하였다.

무엇보다 교무실은 그 아이들로 인해 오랜만에 한바탕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였다. 비록 얼굴에 화장을 하고 머리에 염색을 하였지만 지나간 교복을 꺼내 입고 학교를 찾아오려고 한 아이들의 용기는 정말이지 대단하기까지 했다.

사실 고등학교 3년 내내 대학입시를 준비하기 위해 불철주야 공부만 해 온 아이들에게 추억하나 제대로 심어주지 못하고 졸업을 시킨 것에 늘 미안함을 가지고 있었던 것도 과언은 아니었다.

3월. 새 학기 야간자율학습, 담임업무, 온갖 잡무 등으로 정말이지 정신없이 보낸 한달이기도 하였다. 그런데 아이들이 선생님의 그런 마음을 어떻게 알았는지 4월 1일 만우절인 오늘 선생님을 위해 깜짝쇼를 해준 아이들로 인해 조금이나마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날이기도 하였다. 그리고 잔인한 달 4월에는 왠지 모르게 우리 선생님들에게 좋은 일이 많이 생길 것 같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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