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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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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새벽 안개가 걷히자 아침 공기가 유난히 상쾌하다.

차에서 내려 교정에 들어서자 풀 냄새인지 새싹 향기인지는 잘은 모르겠지만, 어쨌든 봄 냄새가 물씬 풍겨온다. 교무실에 들어가기 전 잠시 앉아서 자세히 땅바닥을 들여다보니 검불 속에서 파릇파릇한 새싹들이 분주하게 솟아오르고 있었다. 개나리나무에도 꽃봉오리가 다닥다닥 매달려 있었고, 진달래와 산수유는 어느새 활짝 만개해 있었다. 여린 잔디 잎사귀와 병아리부리처럼 노란 개나리 꽃봉오리가 어찌나 귀엽던지 한참을 앉아있었다.

이윽고 학생들이 등교하기 시작하는 모양이다. 여기저기에서 인사하는 학생들의 씩씩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선생님, 안녕 하세요? 일찍 나오셨네요?"

한 녀석이 나를 보자마자 깍듯하게 예의를 갖춰 꾸벅 인사를 한다.

"어, 요셉이, 오늘도 일찍 왔네."
"선생님, 저도요."
"오, 그래 용선이도 일찍 왔구나. 참 부지런도 하지."

비록 짧은 거리지만 이렇게 교무실로 걸어가는 동안 어림잡아 한 십 여명 정도의 학생들에게 반가운 인사를 받는다. 수업 시작 전과, 후에도 단체로 "감사합니다."란 인사를 받는다. 교실을 나와 복도를 지나면서 또다시 여러 명의 학생들로부터 인사를 받는다. 퇴근 후에는 아파트단지 이웃들이 선생님이라며 또 공손한 인사를 한다. 참 인사 복이 터졌다.

이렇듯 하루 동안 내가 받는 인사의 횟수는 어림잡아 수백 번은 될 것 같다. 세상에서 하루 동안에 이처럼 타인들로부터 공경과 기림의 인사를 받는 직업이 또 있을까. 아마 내가 알기론 유명 연예인이나 대기업 회장이라면 모를까 평범한 사람 중에 없을 듯 싶다. 이것은 교사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날이면 날마다 아이들에게 수많은 인사를 받으며, 나는 문득 내가 과연 이런 극진한 인사를 받아도 되는지 자문해 본다.

요즘은 교직을 단순한 직업인,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생각을 갖고 계신 분들도 간혹 있는 것 같다. 하긴 선생님들도 이젠 당신들의 주장 관철을 위해 투쟁에 나서고, 일반인 중에도 교육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막말을 하는 어지러운 세상이 되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교직이 성직인 것만은 분명하다. 왜냐하면 이토록 많은 사람들로부터 공손한 인사를 받으니 말이다. 그런 만큼 우리 교사들의 책임 또한 막중하단 생각이 든다.

아이들이 또 우리 이웃들이 하루도 빠지지 않고 나에게 정중한 인사를 건네는 것은 아마도 내가 훌륭해서가 결코 아닐 것이다. 인사를 하는 만큼 제발 훌륭한 스승이 되어달라는 무언의 호소와 압력일 터이다.

오늘도 나는 학생과 학부모, 이웃들의 떳떳한 인사를 받을 수 있도록 나에게 주어진 교직에 최선을 다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다시 한번 교정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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