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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4교시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 정 선생님의 송아지처럼 선한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고여있었다. 3월에 부임하신 새내기 선생님으로 학교 생활에 막 재미를 붙이고 뭐든지 적극적으로 활동하셨던 선생님이셨기에 나는 부쩍 걱정이 되었다.

학교 식당에서 점심을 먹은 뒤 자판기에서 커피 두 잔을 빼들고 정 선생님을 찾았다. 무슨 근심걱정이 그리도 많은지 정 선생님은 그때까지도 화사한 얼굴에 근심을 가득 담고 있었다. 짐작에 점심도 거른 모양이었다.

조심스럽게 사연을 여쭈어보았다.

정 선생님은 어려서부터 교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고 했다. 교사가 되면 누구보다 아이들을 잘 이해하는 훌륭한 선생님이 되겠다고 결심했다는 것이다. 여학생들에겐 친한 언니, 남학생들에겐 정말 자상한 누가 같은 선생님이 되려고 노력했는데……. 말끝을 흐리며 선생님은 또 눈물을 흘렸다.

3월 한 달은 아이들도 이렇게 착한 정 선생님을 잘 따라주며 좋아하는 듯하더니 4월에 들어서자 남학생 특유의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우선 선생님을 어려워하지 않게 되고 급기야 친구하자며 함부로 농담하는 녀석들도 생겼다는 것이다. 수업 시간에도 산만하게 떠드는 아이들이 많아져 수업 장악도 어렵다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참을 수 있었는데 오늘 일만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자초지종은 이랬다.

정 선생님이 수업 내용을 판서하고 아이들에게 다 썼느냐고 몇 번이나 물어본 다음, 다 썼다는 대답을 들은 뒤 칠판을 지웠다는 것이다. 그런데 갑자가 한 남학생이 불량스럽게 눈알을 부라리며 "아직 다 쓰지도 않았는데 지우면 어떡하냐."고 벌컥 소리를 질렀다는 것이다. 그것도 아이들이 다 있는 교실에서. 순간 선생님은 너무나 당황하고 어이가 없어 제대로 대꾸도 못하고 눈물만 흘렸다는 것이다.

정 선생님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것 같았다. 나 또한 초임 시절, 아이들에게 정말 자상하고 친절하고 재미있는 형 같은 선생님이 되려고 무척 애를 썼었다. 아이들도 선생님, 선생님하며 나를 따라서 아이들과 진짜 가까워진 줄 알았었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아이들에게 친절하게 대하면 대할 수록 아이들은 그런 선생님의 마음을 이용하고 매사 함부로 대했다. 대표적인 경우가 수업 시간에 떠들어 수업하기가 너무 힘들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교내에서 아주 무서운 선생님으로 소문난 선생님의 수업은 어떤가 하고 살펴봤더니 숨소리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정숙한 것이 아닌가.

그 뒤, 나 또한 눈물을 머금고 학생들을 대하는 전략을 바꿔야했다. 친절하게는 대하되 학생들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엄할 때는 엄하게 자상할 때는 자상하게 대했다. 그러면서 엄하게 대할 때는 내 진심이 학생들에게 왜곡 없이 전달될 수 있도록 세심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자 아이들도 점차 선생님을 함부로 대하는 일이 줄어들고 어려워하는 것이었다. 친절과 방종. 이것을 구분하는데 무려 3년의 시간이 걸렸던 것이다.

나는 정 선생님께 내 경험담을 들려드리며 작전을 바꾸도록 조심스레 말씀드렸다. 그래야 선생님의 꿈이었던 아이들과의 행복한 학교 생활을 오래도록 누릴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참고 : 여기에 등장하는 정 선생님은 가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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