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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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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며칠 전 부모님의 은혜를 헤아려보라는 의미로 숙제를 하나 냈었습니다.

학생들이 보내온 메일을 한 통 한 통 읽어보다가 전 한 학생의 글을 읽으며 그만 눈물을 흘리고 말았답니다. 제목은 '아버지의 발'이었는데 부모님을 생각하는 마음이 어찌나 간절하던지요. 흔히 요즘 아이들은 철이 없다고 합니다만, 전 이 글을 읽으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다음은 학생이 보내온 글의 전문(全文)입니다. 함께 감상해보시죠.

<아버지의 발>

엊그제 국어 선생님께서 어버이날을 기념하는 숙제를 내주셨습니다. 숙제는 아버지께 “사랑합니다”라고 말한 뒤 안마를 해드리는 것이었습니다. 집으로 가는 버스에서 그 숙제가 생각나 마음먹고 실천할 생각이었습니다.

집에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탈 때까지도 숙제에 대해 그리 큰 부담은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집에 도착해 아버지를 뵈니 그 말을 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사랑합니다. 아버지, 어머니” 이 한 마디 하는 것이 이토록 어려울지는 정말 저도 몰랐습니다. 어렸을 때는 부모님께 언제나 “사랑해요. 엄마, 아빠” 이렇게 말했었는데, 나이를 먹어가면서 오히려 어릴 때보다 훨씬 못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전 그 날 “사랑합니다. 아버지, 어머니”라는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부모님께 그런 말을 못한 내 자신이 너무 초라하고 부끄러웠습니다. 그리고 전 그 날 부모님 앞에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못한 저는 죄송한 마음에 대신 안마를 해드리겠다고 했더니 아버지께서는 발이나 닦아 달라고 하셨습니다.

지금에서야 말이지만 아버지는 한쪽 다리가 불편하신 장애인이십니다.

세숫대야에 뜨거운 물을 받아서 아버지의 발을 닦아드리려고 아버지의 발을 두 손으로 잡았는데 제 발처럼 뽀송뽀송하고 부드럽지가 않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때까진 몰랐는데 장애가 있으신 발 한쪽이 쭈글쭈글하고 굳은살이 박힌 것이 엉망이었습니다. 거기에다 발톱까지 빠져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제가 발을 닦아드려도 아무것도 느끼시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아버지의 발을 닦는 동안 마치 돌을 닦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전 그런 아버지의 발을 닦아드리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부모님께 우는 것을 들키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어깨가 들썩거리는 건 어쩔 수가 없었나 봅니다. 그때 아버지께서 제 어깨를 감싸 안으시며 사내자식이 이런 걸 가지고 울고 그러냐고, 네가 건강하게 커준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웃으시며 말씀하셨습니다. 그 말을 듣고 전 죄송한 감정이 북받쳐 결국은 아버지 앞에서 엉엉 소리내어 울어버렸습니다.

그동안 아버지, 어머니가 이렇게 고생하시는 것도 모르고 마음고생만 시켜드린 것 같아 너무나 죄송했습니다. 전 그때 생각했습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세상에서 가장 비싸고 좋은 신발을 아버지께 사드리기로 말입니다. 아버지께서 제게 주신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전 꼭 아버지께 새 신발을 선물할 생각입니다. 그 날을 위해 오늘도 전 열심히 공부합니다. 그리고 가슴속으로 크게 외칩니다.

“아버지, 어머니 사랑합니다.”


어떤 사람이 비록 세상 모든 일에 능통하고 다 잘한다 해도 부모에게 불효하면 세상 사람들은 그를 칭찬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아, 새삼 부모님의 은혜가 태산보다 높다는 생각이 드는 5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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