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교육청에 근무할 때 어느 사립 고등학교에 출장을 갔었는데 연세 많으신 교장선생님과 함께 대화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교장선생님께서는 저에게 여러 가지 좋은 말씀을 많이 해 주셨습니다.
그 중 하나는 일제시대 국민학교 다닐 때 일본에 대한 반감은 엄청났지만 일본 선생님에 대한 거부반응은 없었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한국 학생이든 일본 학생이든 가리지 않고 열심히 가르쳤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자신감과 의지를 갖게 하기 위해 수업이 시작되기 전에 모든 학생들에게 다음과 같은 글을 한 목소리로 아주 천천히 외우게 했다고 합니다.
"하면 된다./ 해서 안 되는 게 있나?/ 해보지 않고 /안 된다고 말만 하나?/"
국민학교 5학년 때 해방이 되었는데 해방 후에도 고등학교 다닐 때까지 위의 노랫말을 외우면서 자신감을 갖고 힘을 얻었다고 합니다. 수학 문제를 풀다가 풀리지 않으면, 공부가 되지 않고 좌절할 때면 또 역시 외우고...
이 말씀을 듣고 나서 비록 일본 사람들의 교육방식이지만 학생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의지를 갖게 해주는 이와 같은 노랫말 교육방법은 본받아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우리도 하루 수업이 시작되기 전 조례시간을 통해 위와 같은 노랫말로 또는 선생님 나름대로의 노랫말로 학생들에게 자신감과 의지를 가질 수 있도록 함께 외우고 다짐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듯합니다.
이 노랫말에 각종 해야 할 내용들을 대입(代入)해서 읊어보니 정말 재미가 있네요. 꼭 실천할 수 있는 힘이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금연) 하면 된다/ (금연)인들 안 되겠나?/ (담배 끊어보지) 않고/ (담배는 못 끊는다)고 말만 하나?/ (기초질서) 하면 된다/ (기초질서)인들 안 되겠나?/ (기초질서 지켜보지) 않고/ (기초질서) 안 된다고 말만 하나?/ (공부) 하면 된다/(공부)인들 안 되겠나?/(공부 해보지)않고/(공부) 안 된다고 말만 하나?
곳곳에 보이는 '기초질서, 남이 안 볼 때 더 잘하자'는 구호는 가슴에 와 닿는 말이지만 나하고는 거리가 멀다고 여겨 아예 해보려고 하지 않는 학생들도 이렇게 외우면서 실천해 보는 것도 바람직할 것 같습니다.
(기초질서 남이 안 볼 때) 더 잘할 수 있다./ (남이 안 본다고) 못 하겠나?/ (남이 안 볼 때 기초질서 지켜보지도) 않고/ (남이 안 볼 때는 기초질서 지켜지지 않는다고) 말만 하나?/ (학력 향상) 하면 된다/ (학력 향상)인들 안 되겠나?/(학력 향상을 위한 노력도 해보지) 않고 (학력 향상) 안 된다고 말만 하나?
일본 사람들을 미워하고 일본에 대한 반감의식을 평생 가지고 계시면서도 일본 선생님들에 대해서만은 거부반응을 나타내지 않고 높은 점수를 부여하고 있다는 교장선생님의 말씀이 지금도 귀에 쟁쟁합니다.